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64

2025.6.21 윤동주 <흰 그림자>

by 박모니카

토요일마다 만나는 온택트 수업 ’ 근대시인의 시 세계‘를 진행하느라, 늦은 아침편지를 올립니다. 오늘까지 3회에 걸쳐 윤동주 시인의 시 세상에 다녀왔습니다. 함께 동행한 문우들의 지고한 예습자료를 가지고 탐방하니, 얼마나 든든하고 행복하던지요. 사람의 모습이 모두 다른 것처럼, 똑같은 시인과 시를 바라볼 때도 하나도 같은 관점이 없음이 더욱 저를 즐겁게 합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 다양성이 보장된 사회의 구성원‘... 저희 온택트 수업에서도 이런 다양성을 맞 보증하는 맛있게 시간임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는 온택트 회원 자체, 6월 공모 시 작품전을 했습니다. 뭐 대단한 공모전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일상이 시가 되고 시가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오도록 유인하는 일이 제가 하는 일 중의 하나. 작은 선물드리니 모두 의무적으로 참여하라고 했지요. 객관적인 심사기준을 위해 군산전재복시인과 전주안준철시인께도 작품을 보내드려서 평가를 부탁드렸지요. 두 분께서 평가해 준 자료를 토대로, 우리 회원들께 작은 선물도 드리고 칭찬과 덕담도 주고받았습니다. 시 공부 초보인 저희 회원모두에게 이런 작은 행사도 큰 격려가 되었지요.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온다네요. 아침공부로 배가 불러서 천둥이 치든 번개가 번쩍거리든 하늘이 하시는 일에 투정 부리지 않고 순하게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수업에서 만날 학생들에게 간식으로 무엇을 해줄까... 만 생각하니, 빗소리가 낭랑한 음악장단으로 들리네요. 지인께서 말씀하신 양철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얘기를 들려주며, ’마치 실로폰을 연주하는 것 같지 않냐??‘라고 학생들에게 물어볼 참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이런 저의 경쾌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적으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보고되고 있지요. 새 정부 들어와 매일이 즐거운 요즘, 큰 사고 없길 기도해 봅니다. 오늘도 윤동주 시인의 시 <흰 그림자>를 들려 들릴게요. 오늘 이 시를 발제 제목으로 선정하고 평론한 후배님께 찬사를 보내며~~ 봄날의 산책 모니카.


흰 그림자 – 윤동주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든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