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68

2025.6.25 김남조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by 박모니카

어지간히 매일 울어대던 검은등뻐꾸기 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네요. 어느 작은 암자 처마 밑, 실바람에 간간이 울리는 어린 풍경소리처럼 오늘은 이름 모를 새들의 단마디 외침이 월명처마 밑에 고이는 실비를 흩뿌려놓습니다. 힘들고 고된 노동을 담은 한숨처럼 들리는 새소리에,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 감자 캐길 잘했지. 잘하고 말고, 감자알 몇 개 덜먹고 제 때를 잘 맞춘 거지 ‘라고요.


감자 15-20여 알씩 담은 흙빛봉투가 10개. 감자기부금 주신 지인도 10명. 모두 고맙습니다. 저의 텃밭농사는 여름 가을 먹을 것을 채워주기도 하지만, 적은 금액이라도 농부지기의 날품일당을 온전히 타인과 나눔 한다는 ’ 제가 만든 깊은 뜻‘을 담고 있어서, 특히 매년 함께 동행해 주는 지인들이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지요.


아시다시피 오늘은 한국전쟁의 날. 새 대통령은 항상 말했지요. ’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전쟁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평화‘라고요. 오늘 그는 한국전쟁 75주기를 맞아 연설할 내용 중에 아마 이 말씀이 또 들어가 있었을 것 같아요. 지극히 맞는 말입니다. 정치지도자들이 가장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 일은 ’ 국민의 안녕’이니까요.


사람 사는 세상 갈등 없는 때가 없을 수 없지요. 갈등(葛藤, 칡나무 갈, 등나무 등)에서 처럼 두 나무 생각의 방향이 서로 달라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세상의 아픔과 이별. 누군가가 그 나무들의 첫머리를 잘 잡아서 서로 꼬이지 않도록 조절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쪽 방향으로만 양보해 준다면, 또 다른 방향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을 텐데... 뭐 그런 저런 생각을 해보네요. 이 나라의 이념적, 양분적 사고는 언제쯤 해갈될 수 있을까도 염려하면서요. 분명 풀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비 내리는 거리에서 그대 모습 생각해~~’라는 이문세의 노래, ‘조용히 비가 내리네 추억을 말해주듯이~~’라는 채은옥의 노래가 맴도는 이 아침. 어제 책방에서 후배가 불러주던 노랫소리까지 더해져서 운치 있어집니다. 우리도 이왕이면 오늘 비에 관한 노래 한번 들어보실까요. 김남조시인의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빗물같은 정을 주리라 - 김남조


너로 말하건 또한

나로 말하더라도

빈 손 빈 가슴으로

왔다가는 사람이지


기린 모양의 긴 모가지에

멋있게 빛을 걸고 서 있는 친구

가로등의 불빛으로

눈이 어리었을까


엇갈리어 지나가다

얼굴 반쯤 그만 봐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사락사락 사락눈이

한 줌 뿌리면

솜털같은 실비가

비단결 물보라로 적시는 첫봄인데

너도 빗물같은 정을

양손으로 받아주렴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운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것도

무상(無償)으로 주는

정의 자욱마다엔 무슨 꽃이 피는가

이름 없는 벗이여

6.25감자1.jpg
6.25감자4.jpg
6.25감자6.jpg
6.25감자2.jpg
6.25감자3.jpg

시낭송 지인들께서 주신 귀한 망고떡과 쑥떡, 그리고 완두콩 찰밥... 하루종일 든든했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