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28 김영랑 <오월> <독을 차고>
과수원의 두 그루 자루를 몽땅 따와서, 붉은 선홍빛 자두청을 줄줄이 담아놓고 보니, 하루의 피로로 내려진 장막이 저절로 걷히는 듯했습니다. 문득, 하얀 설탕과 묽은 자두알을 보니 한 여름인데도 하얀 폭설로 장관을 이루는 한 겨울이 생각나면서, 올여름 피서법 중 하나로 냉큼 올라오는 저만의 절약하는 세상이치를 칭찬해 주었답니다.
금주까지는 학생들의 시험 준비로 쉼 없이 주말시간을 보내겠지요. 오늘도 줄줄이 수업이 쌓여있고, 여느 때 같으면 ‘사는 게 뭔지...’하며 어디라도 홀딱 갔으련만, 요즘은 준비하는 일이 많다 보니, 더욱더 제 일정표를 경계하며 빼곡히 할 일들을 확인합니다. 멀리 놀러 가고픈 마음을 많이 접으면서요.~~~ 하지만 시간과 시간 사이의 틈을 잘 활용하면 일거에 양득 이상의 싱싱한 시공간이 있는바, 그리 절망하지는 않지요.^^
오늘도 잠시 후 7시부터 온택트로 근대시인의 세상 속으로 들어갑니다. 다음 주까지 김영랑시인을 만나는데요, 서정적이고 유미적인 시 세계를 보여준다는 김영랑 시인의 작품들 속에서 일제 말기에 쓴 그의 시는 상당히 현실 참여적인 시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의 저항시인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한국전쟁의 과정 속에서 너무 허무하게 죽은 시인을 보며 새삼, ‘인생 사 참 알 수 없는 일‘ 임을 느끼기도 하네요.
꼭 가고 싶은 문학인 장소에, 강진의 김영랑 생가가 있는데요, 다산초당과 함께 문학여행지로 제격인 곳이기에, 언젠가 긴 여행길, 문학인들과 함께 동행하는 계획표를 짜 봐야겠습니다. 남도여행은 언제 가더라도, 마음 편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에,,,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김영랑 시인의 따뜻한 시와 조금 차가운 시 두 편을 만나볼까요. <오월> 과 <독을 차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오월 -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다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독을 차고 – 김영랑
내 가슴에 독(毒)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害)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毒)
벗은 그 무서운 독(毒) 그만 흩어 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毒)이 선뜻 벗도 해(害) 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毒) 안 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 마주 가 버리면
억만 세대(億萬世代)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虛無)한디!' 독(毒)은 차서 무엇 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디!'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마금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