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29 복효근 <마늘 촛불>
아침부터 폭염주의라는 글자가 시끄럽군요. 하긴 6월 한 달 동안 쭉쭉 뻗치는 푸르름 속, 새들의 잔치상에 매일 초대받았으니, 이제는 다른 불청객의 출현에도 대비를 해야겠어요. 특히 여름날 불볕더위는 해마다 그 밀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인간이 사용하는 각종 전기량이 늘어날 거고, 지구의 대기권은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어딘가에 ’ 빗금‘ 하나 생길 테고요. 반복되는 악순환의 달리기에 우리 스스로 경종을 울려야 할 때입니다. 아침부터 다가오는 더위의 조짐으로 지구의 위태로움까지 생각하는 걸 보니, 제가 아직은 정신이 맑은가 봐요.^^
일상이 바빠 보이는 저를 보고 종종 지인들은, 살림할 시간이 어디 있냐, 음식이나 제대로 할 줄 아냐.. 등의 말을 건네는 분이 있지요. 친정엄마에게 이런 말을 전하면 당신 딸은 무엇이나 잘한다는 자랑을 하고 싶어서인지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네가 여섯 살 때부터 동생 등에 엎고 밥을 했는데, 뭔 소리 다냐. 음식도 잘 먹어본 사람이 잘하는 것이니, 공부만 많이 혔다고, 살림 잘 하간이.”
듣다 보면 왠지 그 말씀이 뭔가 앞뒤가 안 맞아서, 두 여인은 한 참을 웃지요. 어제도 엄마와의 목욕동행길에 주황색 나리꽃을 보았는데요. 당신 고향 섬에서는 그 꽃의 구근을 고구마처럼 드셨다 합니다. 흔히 초봄에 피는 개나리는 꽃도 아니라면서, 진짜 나리꽃은 저렇게 키도 크고, 꽃잎도 단단하다고 하시데요. 논물 들어 어린 모를 심은지가 한 달여 밖에 안되는데,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다고, ’ 나리꽃도 벼를 맞으러 서 있는 갑다‘ 라는 혼잣말을 하시길래 깜짝 놀랐답니다.
“엄마가 시인 맞고만. 꽃이 벼를 마중 나온다는 말을 아무나 할 수 있나.. 역시 울 엄마는 시인 맞아!! 엄마, 또 다른 말도 해봐요.”
저의 칭찬에 기분이 업 되시면서도, 당신이 기계도 아닌데, 무조건 말이 나오냐고, 지금은 나리꽃을 보니 갑자기 고향의 바닷가에 서 있던 바위 위, 나리꽃과 가을걷이가 생각난 것이라고,,, 사실, 제가 어제 엄마의 말씀을 녹음하고 있었던 것을 모르셨을 겁니다.
어제 아침 줌 수업에서 김영랑 시인의 ’ 오메 단풍 들겠네 ‘의 ’ 오메‘라는 단어를 가지고 모든 회원들이 한참 동안 즐거웠거든요. 남도 사투리로 다양한 오메 버전을 들려준 회원님 덕분에, 엄마 고향섬에서는 어떤지, 어떤 표현으로 ’ 오메‘를 쓰는지도 물어보며, 엄마와의 아침 산책이 행복했답니다. 뭐 대단한 행사가 있어야만 하나요. 순간이 모두 대단한 삶의 이벤트지요. 오늘도 저는 우리 학생들과 즐겁게 공부하고, 특별 간식도 만들어 주려고 해요. 아들과 함께 먹으려고 맛난 양념장으로 삼겹살을 재어놓는 이 아침, 평화롭고 맛있는 일요일!! 복효근 시인의 <마늘 촛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마늘 촛불 – 복효근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 놓은 마늘쪽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 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