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30 안준철 <세 시간>
이른 장마가 시작되려니 했더니, 오히려 불볕더위가 서둘러 온 듯, 요 며칠 학생들의 어리광소리가 커졌지요. 대부분의 중고등 학교가 오늘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되어, 어제까지 학생들 보충공부 시간에 쾌적함을 유지하느라 에어컨 꽤나 돌리고, 더불어 간식대령까지, 제 나름 협조자로서 최선을 다한 6월이었습니다. 그랬더니 벌써 마지막 날이 되었군요.
일 년 중 가장 분주하면서 느리게 가는 달을 꼽으라 한다면 3월 신학기인데요, 이번에는 6월도 비등하게 자리를 지켰답니다. 그 이유 중의 첫째는 대통령선거. 내란세력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첫 단추를 채우고 나니, 일상이 즐거웠지요. 손에 잡히지 않는, 나와는 무관 할 것 같은 실질적인 희망이 바로 다가온 듯, 뉴스도 들을만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요. 생각해 보니, 저도 역시, 대선결과로 인대, 제 마음의 즐거움이 커지고, 삶터에서의 흥얼거림이 늘어나서 일터 역시, 더 행복한 시간들이었답니다.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올해 준비하던 출간물을 위해, 매진해야겠어요. 말랭이 마을사람들 인터뷰도 해야 하고, 그분들의 시 작품도 다시 살펴보고요. 동시에 ’ 봄날의 산책‘ 출간명으로 나올 분들의 원고도 꼼꼼히 읽어보고, 마음속에 계획하는 책방의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일정도 표면으로 나오도록 추진하고요... 갑자기 복숭아 붉으스레 익어가는 볼처럼, 제 마음도 붉은빛으로 칠월을 맞이하고 싶고요.
어제, 살짝 움직여도 땀이 줄줄이 나오는 아들의 푸념 소리에,,, “어, 땀이 나오네. 살아 있다는 기분 좋은 증거지” 라며 제가 살며시 얘기했더니, 아마 속으로는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아니, 울 엄마가 도인이 되려는가. 또 이번 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살 수 있다는 소리를 얼마나 할 것인가. 못살아 정말...’ 이라고요. 하지만 쾌적한 환경이 주는 삶의 질을 생각해서 아들과 남편의 요청도 종종 들어주려 하네요.
무엇보다 6월 풍경여행이 적었던 바, 여름꽃 찾아 부지런하게 다져보고 싶습니다. 얼마 전 연꽃시인 안준철 시인께서 올린 연꽃과 시가 참 좋아서 저장해 두었다가, 제가 직접 연꽃을 보는 날 올릴까 했는데, 행복했던 6월이 가기 전 선물로 먼저 올려드리고 싶네요. 안준철시인의 <세 시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세 시간 - 안준철
어제의 침울을 가지런히 개어놓고
배낭 하나 둘러메고 집을 나선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아침 다섯 시
여름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는 방천길은
서늘한 가을길이다
한 철을 앞당겨서 사는 셈이다
하루가 하루살이의 한 생이라면
한 계절을 한 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아침 다섯 시에서 여덟 시까지 세 시간은
내가 결혼한 외간 남자라는 사실을
잊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한 시간이 한 생이라면 또 어떤가
하느님 눈치 안 보고도
한 번은 더 해보고 싶었던
뜨거운 입맞춤을
세 번은 더 해볼 수 있지 않겠나
이런 생각에 빠져
연꽃 만나러 가는 길이다
연꽃 하나에 사랑 하나
연꽃 둘에 사랑 둘
돌아오는 길에 만난
능소화에게도 뜨거운 눈길을 주었다
사진제공, 안준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