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74

2025.7.1 우영규 <모로 잠드는 칠월>

by 박모니카

여름 과일의 여왕은 ‘수박‘. 올해 처음으로 수박을 들고 찾아간 곳은 임피면의 어느 산골이었어요. 저도 말랭이마을 덕분에 4년째 월명동 신흥동 일대에 살다 보니까 자연스레 마을 사람이 되어가네요. 그래서 알게 된 어느 모임에서 또 다른 사람들과 삶을 나누게 되고요. 그런 분들 중의 한분, 종걸스님이 계시는 거처에 수박 들고, 소풍 가듯이 잠시 다녀왔습니다. 저는 이제 두 번째 뵙지만, 이 분은 군산 동국사, 군산 근대역사기록물 등을 포함해 군산이야기로는 엄청 중요한 분이라고 들었네요.


전국의 폐사지에 관심이 많으신 스님께서 지금 하고 계신 일 역시, 임피면에 있었던 ’ 용천사‘라는 절의 복원사업이랍니다. 숨이 턱 하니 막힐 정도의 열 기운을 업고, 혼자서 포클레인으로 일을 하고 계시던 차에 저희 일행들이 갔었는데요,,, 말이 그렇지, 흔적이라곤, 요상한 글자들이 쓰여 있는 돌조각을 보면서 수 천년 전, 그 옛날의 절을 복원시키는 일을 시작하다니요. 저는 상상도 못 할 일을 하고 계시더군요. 그런데 함께 간 모든 일행들은 그분으로 인해 군산의 역사에 또 하나의 거대한 물줄기가 흘러내릴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했어요.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참 흥미롭고 기대되었습니다.


사실, 오늘 칠월의 첫날을 맞이하기 전, 제게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궁금했었거든요. 하루가 밋밋하여 아침편지 이야기 소재가 마땅치 않을 때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어제 수박이 저를 데리고 간 곳, 약 3년 후 복원될 용천사의 풍경과 사람들을 보면서, ’ 세상살이 참 오묘하네... 전혀 뜻하지 않은 시간에 이런 곳에서 고려이야기, 용이 마신 샘물이야기, 다시 현신할 부처이야기 등을 듣다니 ‘라고 생각했네요. 이야기를 또 이야기하는 것이 글쓰기라 하니, 저도 기억창고에 저장에 두는 맘으로 남겨 둡니다. 재미난 이야기 들려오는 대로 또 알려드릴게요.^^


연일 혹 더위가 지속, 오늘은 칠월을 맞는 기념으로 황톳길산책을 갈까 합니다. 집 앞 월명호수 주변에 깔린 황톳길이 어찌나 쫀득쫀득, 찰지고 부드러운지, 발을 통해 들어오는 세상의 세균들이 모두 사라지는 듯했거든요. 호수 한 바퀴 돌고, 그곳에서 황톳길 양념 삼아 마사지하면 딱 좋을 시간인지라, 어서 나가고 싶네요. 그래야 점심도 맛나게 먹겠지요. 학생들의 시험이 시작되어 조금 여유가 생기니, 6월 동안 열심히 일만 한 제게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어야지요. 군산 사시는 여러분들도 한번 이 길을 걸어보세요.^^ 우영규시인의 <모로 잠드는 칠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모로 잠드는 칠월 – 우영규

칠월에는 새벽이 없습니다

한밤으로 아침이 성큼성큼 걸어와

부표처럼 떠다니며 뒤척이던 밤

빛은 모로 잠든 땅을 단숨에 따먹어 버려

맥없이 쓰러지는 칠월의 새벽

미심쩍은 시간의 통증인 듯

찌푸린 새벽은 부스스 떨어져 나가고

구부정하게 휜 빛이 빠르게 펴집니다

뒤척인 새벽이 아플까 봐

여름꽃이 저 혼자 피었다 질까 봐

찔레꽃이 홑겹으로 필까 봐

빛은 단박에 새벽을 삼켜버려

칠월의 새벽은 저 혼자 아픈 눈물입니다

달콤한 잠자리도 없고

폐지 줍는 새벽도

책을 읽는 새벽도

모로 누운 새벽도 없고

밥 짓는 새벽도 모두 어디로 갔는지

빛과 어둠만 덩그러니 남아

모로 잠든 칠월의 새벽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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