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2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이야기하고픈 소재가 줄줄이 서 있는 칠월 둘째 날. 어제 아침부터 지인들과 찰떡같은 황톳길 위에서 이런저런 만담을 쏟아부으며, 일만보 걷기도 완성하고요. 시원하고 담백한 냉면에 달콤하게 꼬기 한점 얹혀먹는 즐거움은 만 가지 시름이 사라졌지요. 게다가 후식으로 이성당 팥빙수, 푸른 뭉게구름이 설빙처럼 내려앉아, 시원함을 더해주는 청동숟가락이 바삐 움직이고, 후덥찌근한 폭염세상에 멀리 등 돌려보냈던 조각 시간들...
시를 낭송하는 회원님들 몇 분이 모 시낭송대회에서 장원 급제(??^^) 하셔서 한 턱 내시는 자리에 참석, 그분들의 멋진 시 낭송을 앙코르로 들었고요, 갑자기 시상금이 눈에 들어와 ’ 나도 한번 시 낭송을 배워볼까?‘하는 혹된 마음에 웃음이 퍼져 즐거웠네요. 얼른 과욕을 내려놓고 ’ 좋은 시 배달꾼으로서의 역할이나 잘해야, 남는 장사지 ‘라고 제정신으로 돌아왔네요.
책방 한번 둘러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머릿속에 그려 넣고, 학원으로 돌아와 마지막 남은 기말고사대비를 위해, 학생들 지도한 후 다시 줌으로 만나는 ’ 동양고전-중용‘편을 합류했네요. 이 강의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순서로 전북대의 진성수 교수님께서 하셨는데요, 지인들과 논어 필사하기, 논어로 에세이 쓰기, 박재희 교수의 1일 1강 논어 읽기 등을 통해, 최소 논어 책에 나오는 ’ 용어‘정도는 낯이 익어서 더 즐거웠어요.
게다가 들었던 ’ 중용‘편은 코로나 때부터 지금까지, 마음이 어수선할 때마다, 도올 선생의 목소리로 찾아 듣는 강의,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들이 가득 찬 언어의 보물창고, 시경을 담아 시처럼 유연하고 섬세하고 , 어느 때는 단충으로 어느 때는 다층의 무늬로 다가오는 묘한 매력이 있는 글들이 가득한 고전책이어서 누구에게든지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자, 강의입니다. 진 교수님께서도 재밌고 쉽게 여러 사례를 들어서, 마치 대학 신입생에게 말해주듯이 설명해 주셔서 더욱 좋았습니다.
하루는 분명 24시간이라는데, 제가 생각해도 어제의 하루는 48시간쯤은 되는 듯했네요. 어제도 지인들께서는 저를 보고, ’ 바쁜 모니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요, 시간 계획대로 움직이는 저는 막상 저 스스로에게 ’ 바쁨‘을 느끼게 하지 않는답니다. 바빠지면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분명 실수가 꼬투리로 나와 있을 테니까요. 앞으로 저를 보시면 ’ 바쁜 ‘이란 말 대신 ’ 성실한 모니카‘라고 불러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저는 그냥 주어진 시간을 성실하게, 진실되게, 이왕이면 혼자 말고 여럿이 함께 살고 싶을 뿐이니까요.~~~ 오규원시인의 <여름에는 저녁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름에는 저녁을 -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
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
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
잔잔한
풀잎들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