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4.18
파바로티 몸매를 닮은 내 아들, 노래도 닮아가려나!
1990년 로마 월드컵의 결승전을 축하하는 세계BIG 3 테너공연이 있었다. 마지막 곡으로 루치아노 파바로티(이탈리아 1935-2007)가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의 네순도르마(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부르면서 그의 명성은 세계의 심장으로 퍼졌다. 그 후 테너의 관문에서 이 노래를 잘 부르면 세계적인 성악가의 반열에 오른다고 했다.
코로나의 세상에서 사람들의 즐거운 코드를 선보였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미스터트롯’이었는데, 출연자 김호중은 성악가 출신이어서 유독 인기를 얻었다. 김호중에 대한 숨겨진 스토리가 쏟아지는 와중, 그가 부른 네순도르마 역시 많은 조회수를 얻었다. 나도 역시 김호중에 대한 노래는 물론이고 별의별 잡다한 얘기를 담은 동영상들을 종종 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어젯밤 새벽 현관문이 울렸다. ‘삐삐삐삐, 클럭’
“왔니? 어서와.”
“피곤하니까 주무시라니까요. 기다리지 말고.”
“아니야. 잤어. 그냥 깬거지. 현관문 소리에. 어서 자. 내일 만나.”
일요일인 아침 9시 수업을 마치고 오랜만에 온 아들이랑 밥을 먹자고 하니 남편은 집에 가서 직접 밥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하긴 요즘 자식들이 없다보니, 냉장고에 먹을 것은 쌓이는데, 먹을 사람이 없어서 왠지 우리 부부가 더 노인네가 되는 듯한 시간이었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내가 아니면 누가 밥을 해주랴 하며 밥에 반찬을 만들며 부지런을 떨었었는데.
밥을 앉히고, 삼겹살 김치찌개를 위해 재료를 썰어 가스불에 올려놓았다. 텃밭에서 가져온 갓 김치를 일부러 익혀 놓고 찌개를 끓일 때 사용하는 재료다. 고기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삽겹살 일부를 매실과 간장을 섞은 소스에 재여놓고, 담백한 맛의 구이를 준비했다. 며칠 전 따온 배추종과 배추꽃의 샐러드 역시 둥그런 하얀 그릇에 담았다. 밥이 다 되었다.
“이거 배추꽃이야. 하긴 넌 안 먹을거지? 근데 소스는 맛있어. 아빠가 만든거야. 채소랑 고기를 같이 먹어야 되는데, 언제나 먹을래? 군대가서?”
“흐흠. 언젠가는 먹겠죠. 삼겹살 맛있네. 김치찌개 국물도.”
“밥먹고 한 시간 정도 엄마 아빠 도울 일이 있어. 텃밭 가서 감자두둑에 비닐 씌워야 돼.”
“그래요. 바람쐬러 가죠 뭐.”
아들은 운전석에 앉자마자 블루투스를 연결하더니 음악 하나를 켜주면서 들어보라고 했다.
단번에 성악가의 이름을 말했다.
“파바로티네. 곡명은 뭐야?”
“요즘 성악수업 시간에 배우고 있는 곡. 엄마도 들어보면 알지도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아주 유명한 곡이 아니면. 네순도르마 같은거면 몰라도.”
“동영상 보내줄게, 무슨 곡인지 찾아봐요. 일단 이 노래 들어보고요.”
“근데 이 노래는 왜? 중간고사에 피아노 연주곡은 없어? 연습해야 되잖아.”
“피아노도 해야하고, 이 노래로 중간고사 본데. 하이음이 아직은 어려워. 근데, 졸업 때 피아노 연주보다는 노래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다음 학기 세부전공을 바꿀까 고민중이예요. 피아노 잘 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 음대 가지 뭐하러 울 학교 왔나 싶어.”
텃밭에 가니 벌써 감자싹들이 몽글몽글 올라왔다. 농사 4년차 인데도, 백퍼센트 농부라고 자신할 수가 없어서 이사람 저사람 말을 듣는 편이다. 며칠 전 내린 비까지 맞힌 다음에 비닐을 씌우라는 이웃할머니의 조언에 따라 오늘에야 작업을 하러 나왔다. 아들 역시 거의 일년만에 텃밭에 나와서 제 발자욱을 심는 것이다. 이사 온 텃밭의 형상이 좋다고, 나름 땅의 관상을 보면서 올해도 제법 결실량이 많겠다고 덕담도 주었다.
오후 수업 중 아들이 전해준 파바로티의 동영상을 다시 들으면서 제목의 뜻을 검색했다.
‘Leoncavallo: Mattinata’ (아침의 노래)
다음daum 검색어에 따르면, ‘레온카발로는 오페라 팔리아치의 작곡가이자 리얼리즘 오페라의 대표적 작곡가이며, 마티나타 (Mattinata)란 아침에 부르는 사랑의 노래라는 뜻으로 1904년에 발표되었다.’고 써있었다. 파바로티보다 더 유명했던 테너 엔리코 카루소에 의해 유명해진 곡으로 지금은 세계의 애창곡이 되었단다.
느낌을 묻는 아들의 질문에 오페라에 무식한 나의 표현은 단순했다.
“아침에 부르는 사랑의 노래라 그런지 힘이 있고 밝아서 좋네.”
파바로티의 노래도 들어보고, 소프라노 아이다의 노래로도 들고 있으니 학원생 중 하나가 물었다.
“샘, 오늘은 오페라 들어요? 무슨 뜻이예요?”
“야야, 내가 어떻게 아냐. 이거 영어도 아냐. 그냥 듣는거야, 시현이 형아가 이 노래로 중간고사 시험본데.”
“이런 것도 시험봐요? 와 대학에 가면 별의별 시험을 다 보네요. 하하”
오늘도 아들 덕분에 클래식의 세계까지 올라가 noble한 여자를 꿈꾸었다. 눈을 감고 파바로티의 서정적이고 웅장한 목소리로 노래를 들으면서, 혹시 내 아들이 이렇게 노래하는가 아냐 하는 생각까지 했다. 지금까지 아들의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으면서 역시 부모 눈에 가시 달린 고슴도치는 없다.
Ove non sei la luce manca; 너 없는 곳에 빛이 없으니
Ove tu sei nasce l'amor. 너 있는 곳에 사랑이 있네
클라이막스로 올라가는 노래의 후렴구를 듣노라니 어느새 파바로티 목소리에 아들의 얼굴과 제스처가 중첩된다. 로마의 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는 아들의 노래에 환호하는 나도 만났다.
아! 꿈이란 이래서 좋은거야. 얼마나 좋아. 내 맘대로 꾸는 꿈이!
‘Leoncavallo: Mattinata’ (아침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