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11 정지용 <향수>
오이 모종 5개를 심어서 칠십여 개의 오이를 만나고 있으니, 참 기가 막히게 복이 절로 온 듯... 여름 야채 중 가장 가성비가 좋은 오이 덕분에 두루두루 나눔 하고도, 올해 먹을 오이장아찌 그릇이 줄줄이 서 있습니다. 이제는 오이 잎사귀들이 제 몫을 다했는지, 누렇게 주름진 모습이 애잔해 보이더군요. 그 속에서도 마치 저를 기다린 듯, 제 팔뚝 길이만 한 커다란 오이를 달고 마지막 안간힘을 보이고요. 감자수확에 이어 오이도 정말 고맙기만 합니다.
학원에 오니, 친정엄마는 제가 드린 호박을 부침개로 만들어서 보내시고, 때 마침 온 학생들은 별난 맛처럼 맛있게 먹어주고... 당신 몸 불편하셔도 학원가족이 행복했다는 말씀 들으시면 아마도 또 해주신다고 이 더위에 움직이실까 걱정이지요.^^ 오히려 호박요리 중, 생새우살과 궁합이 된 호박무침을 해서 가져다 드려야겠다 생각하네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마음이 편한 금요일,,, 후배가 진행하는 뜨개질수업에 종종 하는데요, 지난주에는 우리 복실이 간식가방도 만들어서 간식을 들고 다니며 우쭐했지요. 나이 들수록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정말 큰 축복인 듯해요. 어쩌다 저도 책과 글을 가까이하는 사람들과의 잦은 교류가 일상의 무미무색함을 넘어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까지 도달하는 순간들을 자주 만납니다.
외형의 모습을 들여다볼 줄 아는 거울과의 만남은 하루 1회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내면의 모습을 되돌려주는 반사경을 자주 접하는 일, 진정으로 수신(修身)하는 일이기에, 최소 1편 이상, 다양한 글을 읽으려 노력하네요. 어제오늘은 정지용 시인의 여러시를 읽는 중인데요, 내일 온택트 수업에서 만날 근대시인이에요. 그 유명한 <향수>이외에도 처음 만나는 시들이 많아서, 내일의 발제자들이 준비한 시의 내용도 참 궁금하고 기다려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시는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를 먼저 낭독해 보시게요. 아무래도 이 시가 있어서 정지용 시인을 ’ 시의 성좌(聖座)라고 부르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말을 발굴하고 드 뜻을 가장 아름답고 정확하게 전달한 시인이라고 불리는 배경에 그의 대표 시 <향수, 1923>가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시면서 유년시절, 더운 여름은 어떠했는지, 그때도 더워도 힘이 들었을지 눈을 감고 추억에 젖어보시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향수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傳說(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사진, 안준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