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12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냉장고에 노랑콩이 있다고 콩국물을 만들어서 보내신 울 엄마. 이 여름날, 콩이 보였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셔도 되건만, ‘이 더운 여름날, 내가 몇 번이나 만들어 줄 수 있겄냐’ 하시며 삶아서 일일이 갈아서 진한 국물을 만드셨더군요. 2리터짜리 병으로 두 병을 보내셨습니다. 가까이 남편먼저 한 잔 주면서, ‘엄마의 정성’이니, 마시고 후담을 들려주시라 했고 저는 누구랑 나눠 먹을까를 생각했지요.
콩물은 상하기도 쉬워서, 얼른 나눠먹어야지 만들어 준 엄마의 사랑을 저축하기에, 어제는 학원에서 지인들과 점심으로 콩국수를 만들어서 먹었답니다. 지인들은 뜨개질을 하고, 저는 짧은 시간 동안 면을 삶고요. 제가 농사지은 오이 등의 야채를 고명으로 준비하고요. 시원한 얼음덩어리와 함께 면을 만지는 기분이 정말 쫄깃쫄깃했지요. 다행히도 함께 국수를 먹은 지인들이 맛있게 먹고 엄마의 노고가 헛되지 않아서 얼마나 좋았는지요...^^
이제는 소낙비라도 한번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지요. 책방의 꽃들이 걱정되어 물만 주고 내려오고요, 하도 더워서 마을에 오고 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지만, 붙볕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울렁더울렁 피어난 능소화덩굴만 만져보았지요. 봄 꽃도 예쁘지만 여름 꽃은 역시나 더 붉고, 더 열정적으로 사람을 유혹합니다. 바쁘다고 그냥 스쳐 지났던 접시꽃도, 자귀나무꽃도 어느새 뉘엿뉘엿 서산으로 물러나고 배롱나무에 붉은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네요.
오늘은 온택트로 만나는 근대시인 ‘정지용 시인’ 편입니다. 시인의 유명한 시 한 편을 읽는 즐거움도 좋지만, 그의 생애에 연결해서 알지 못했던 시 작품을 다양하게 공부하는 즐거움이 참 좋지요. 무엇보다 회원들의 공부열정으로 온택트 수업의 질이 밀도 있게 전개되어서 고마울 뿐입니다. 오늘도 어떤 회원이 어떤 시를 발제할 것인지, 또 자신의 창작글은 어떨지...
오후에는 군산 문인협회 주관으로 작은 행사 ‘시와 연극’이 있군요. 시낭송하는 분들도 참여한다고 해서 잠깐 구경할까 해요. 시원한 곳으로 오셔서 시원하고 아름다운 시 낭송과 더불어 연극도 보시고, 지역 문인들의 다양한 행사에 격려의 박수도 보내주시면 좋지요. 오늘은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