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13 정지용 <시계를 죽임>
역시나 물은 흘러가야 제 맛... 흘러가지 못하는 깊은 우물도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 한점, 물결이라도 들어오면 그 맛이 새롭고 별미인데요. 세상살이를 크게 보면 의식주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그곳에 ‘문화’를 곁들인 일상이 들어갔을 때 우리 삶의 물줄기가 얼마나 비상하고 약동할지... 온택트 수업 ‘근대시인 세상 들어가기’를 진행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2기 수업에는 소위 젊은 회원들이 있습니다. 50대를 젊다고 말하자니, 50대 이상의 회원들은 마음이 슬퍼지려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여튼 이분들로 인해 만들어진 수업의 묘미가 참 좋습니다. 시 하나를 골라도, 익숙함과 대중성에서 물러나 좀 더 ‘낯선 시‘를 발제하고 자신의 해석으로 시인과 시 세상을 들려줍니다.
나이가 들어갈 때, 가장 두려운 것은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하는 질문에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쌓이는 일. 그럴 때 새 물이 들어와 어깨동무해주는 소통의 공간 속에 있기만 해도 얼마나 위로가 되고 용기가 생기는지... 더욱더 젊은 이들의 행동과 마음을 귀히 여기는 삶을 살아야겠다 생각했네요.~~
어제 어느 회원이 발제한 정지용 시인의 다음 시도 매우 파격적인 시어들로 가득합니다. 그의 대표 시 <향수>만 생각한 독자들에게는 매우 낯설고 해석하기 어려운 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시를 발제한 회원님 덕분에 정지용 시인의 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그 당시로서는 매우 신선한 시의 소재였겠구나 싶어서 다른 시들도 더 꼼꼼히 읽어보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하는 역할은 회원들께서 시를 좋아하고, 또 글을 써보도록 독려하는 일인데, 매 시간마다 큰 공부-세상을 새롭게 보는 법-을 하게 해 주셔서 고마울 뿐이죠.
오늘은 좀 더 다른 문화영역으로 소풍 갑니다. 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 세상이 모두 글 소재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아마 오늘도 지인들의 수다를 들으며, 저는 아침편지 소재를 건져 올리겠지요. 동시에 저도 올해 준비하는 에세이 집을 열심히 구상하면서 오뉴월(음력) 뜨거운 불볕 같은 더위를 물리쳐볼까 합니다. 정지용시인의 <시계를 죽임>을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시계를 죽임 - 정지용(1935발표)
한밤에 벽시계는 불길한 탁목조!
나의 뇌수를 미싱 바늘처럼 쪼다.
일어나 쫑알거리는 ‘시간’을 비틀어 죽이다.
잔인한 손아귀에 감기는 가냘픈 모가지여!
오늘은 열 시간 일하였노라.
피로한 이지(理智)는 그대로 치차(齒車)를 돌리다.
나의 생활은 일절 분노를 잊었노라.
유리 안에 설레는 검은 곰 인양 하품하다.
꿈과 같은 이야기는 꿈에도 아니 하련다.
필요하다면 눈물도 제조할 뿐!
어쨌든 정각에 꼭 수면하는 것이
고상한 무표정이요 한 취미로 하노라!
명일!(일자가 아니어도 좋은 영원한 혼례!)
소리없이 옮겨가는 나의 백금 체펠린의 유유한 야간 항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