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14 신석정 <대춘부>
밤새 시원하셨지요. 더위에 익숙해있던 피부가 빗방울 세례로 새로 태어난 듯, 말똥 말똥, 신세계를 두리번거리는 눈빛을 보내는 아침입니다. 잠시 오고 스쳐갈 소낙비인 줄 알았는데, 금주에는 연일 비 소식이 있군요.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지라, 더워도 그런가 보다 하지만 텃밭작물들의 애타는 심사를 달래지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하늘의 공평함은 미(美)의 축복!! 마치 ‘봄은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두 예술인(신석정시인, 박민평화가)을 만난 즐거움이 하늘에 이르러 비가 되어 온 듯, 어제의 미술관 나들이는 오감이 호강하는 날이었습니다,
지인의 추천으로 관람을 추천받아서 문우들과 함께 전북 도립미술관으로 소풍 갔네요. 저야 미술엔 완전 깜깜이 지식이지만,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볼 수 있는 눈만 가지고 있어도 좋은 것이 미술관람이지요. 전북인 미술계의 흐름을 고찰하는 ‘전북미술사연구시리즈‘에 박민평화가(1940-2019)의 전시가 있었는데요. 해설사님의 말씀에 의하면 이번 전시는 네 번째 전북미술사 연구시리즈로, 1970-80년대 사실묘사에 기반한 구상회화가 지역미술을 주도할 때, 비구상회화와의 사이를 넘나들면서 반복하지 않고 전북미술의 다양성과 개별성을 확립한 박민평화가였습니다.
박화가는 부안출생으로 중학교 때 처음 미술교사에게 수업받은 후 바로 홍익대 미술학부 입학, 그러나 집안사정으로 서라벌예술대학에 편입, 졸업 후 군산, 익산에서 미술교사, 1971년 성심여자 중·고등학교 미술교사로 부임 후부터 본격적으로 미술 작업에 전념했다고 해요.
총 4부로 연결된 전시실을 돌아보니 시대별로 그의 화풍에 나타난 작품의 특색이 매우 뚜렷했어요. 지역의 풍경을 많이 그린 공통점 아래, 1970년대에는 산과 해바라기 등 형태를 단순화하고 어둡고 강렬한 색채로 표현했고요. 1980년대에는 풍경화 속 다른 요소들이 점차 사라지고, 산 하나만을 중심에 두는 구성으로 변화했어요. 대비가 강렬한 색채와 극도의 단순화는 색면추상에 가까운 독특한 풍경화라고 합니다. 1990년대에는 원색(빨강, 노랑, 파랑, 초록)의 면에 점을 흩뿌리는 듯한 화풍이 드러나며, 고향의 기억과 정서를 담아 설화적이고 민화적인 그림을 그렸어요. 2000년대에는 여백의 미를 담아 산의 형태가 위에 있지 않고 바닥에 자리 잡은 풍경화를 그리고, 각 작품마다 희망이 가득 ’ 봄을 기다리는 이‘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추상기법에 저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이 모든 말씀은 해설사님이 전해준 내용을 요약한 거예요.^^
말보다는 한번 보는 것이 최고인 이 전시회가 어제 마지막이었습니다. 더위로 헉헉대는 소시민들의 휴일에 만난 자연이 주신 원색의 찬미, 그야말로 시원한 소낙비였습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더 많은 분들께 홍보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정말 컸습니다. 사진과 달리 그림에만 존재하는 ’ 손 닿을 수 없는 그리움과 애틋함 그리고 설렘‘으로 가득했던 박민평 화가의 몇 작품을 올립니다, 그림 중에 ’ 봄을 기다리는 마음‘ 시리즈는 신석정 시인의 시 <대춘부待春賦>을 품고 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북예술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예술에 지식이 없다해도 이렇게 한번 둘러 보는 것 만으로, 왠지 막혔던 가슴을 탄산수로 확 뚫듯, 전시회나 콘서트 나들이 등에도 시간을 나눠야겠다 생각했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대춘부 – 신석정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기에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잡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
짐슴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