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91

2025.7.18 신지혜 <장마와 어머니>

by 박모니카

밤사이 비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지지 않았어야 하는데... 하며 눈을 뜨네요. 광주와 남부, 그리고 충남권의 엄청난 폭우를 보면서, 천지의 불인(不仁)을 인간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상처들이 남습니다. 단 한 점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다면 새 정부의 행정력발휘인데요, 나라의 역량을 믿고 기다리는 비 피해 지역 국민들의 마음이 잘 치유될 수 있길 기도합니다.


혼자서 두 손으로 받치기 어려울 정도의 물고기 ’ 도미‘를 낚아서 친정아버지 제사상에 올린 둘째 동생. 고슬고슬 찜기에 쪄서 붉은색 고추실로 장식하여 상 위에 후덕하게 올려져 있더군요. 윤달이 들어있는 올해, 아버지의 묘 이장 문제를 상의하는 모자(母子) 간의 대화를 들으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며 저녁밥을 먹었습니다. 당신이 계실 때, 정리하고 싶은 몇 가지 일 들 중의 하나, 당신 짝꿍자리를 지금보다 더 안정된 곳에 모시고 싶은 마음... 지금 계신 곳도 좋은데, 왜 그러냐고 생각이 들다가도, 당신 맘에 더 편한 곳을 원하시면 다 이유가 있으려니 하고 제 맘 속 불평소리를 내려놓지요. 살아계실 때 당신 맘을 편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그 외에 뭐가 더 중요할까 싶어서요.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제사의식을 통해 가족이 다시 한번 마음을 모으는 시간을 갖는다는 일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창밖으로 새소리가 요란스러워지네요. 타 지역은 비 소식으로 우울한테, 이곳 새들은 회색빛 구름 뒤에 숨어있는 푸른 기운을 받고 있나 봐요. 어제 아침에도 잠시 비가 소강한 시간을 이용하여 황토산책을 하고 왔는데요, 주 1회라도 엄마에게 초록물 가득한 황토산책의 진미를 가르쳐드려야겠어요. 저랑 사는 곳이 끝과 끝이어서 매일은 못하더라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장롱 자격증이 아닌 실천가능한 효능감 있는 카드로서 써보도록 계획을 짜보아야겠어요.~~~


벌써 또 금요일이지요. 한 주간도 되돌아보면 분명 좋았던 일이 훨씬 더 많은 시간들로 가득할 거예요. 설혹 그 속에 슬픔이 있었다 해도, 그것 역시도 지나고 보면 ’ 그때 그랬었지 ‘라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가슴 한쪽을 토닥여주는 그런 사람으로 변화하여 있을 거예요. 참을 인(忍 ), 한 글자를 잘 제 편으로 만들어서 사귀어보면, 슬픔도 기쁨도 모두 제 몸이 되고 피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걸 보면, 저도 그 정도 나이가 되었나 봐요.^^ 오늘도 정말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신지혜시인의 <장마와 어머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장마와 어머니 - 신지혜


여러 갈래의 몸으로 서있다 어머니 잿빛 치마폭 같은 바람 속, 줄무늬눈물 서있다 때로 어머니 구멍 난 가슴 열쇠처럼 햇살 꽂힐 때까지, 어머니 주룩주룩 무너진다 세상을 덮는 비애의 조각조각 꿰매진 일명 퀼트, 바느질 가게에도 빗줄기 여윈 다리를 꺾어 문턱을 넘는다 어둠이 딱딱하여 부술 수 없는 밤에는 어머니, 낡은 상처 한 장씩 꺼내 안감과 속감 두텁게 누비며 탈주의 길을 만든다. 길 안과 밖, 무겁고 은밀한 기억까지


저 아득한 하늘 어떻게 다 가둘 수 있을까 이불 위로 삐뚤삐뚤 절망의 실이 풀린다 세상 골목 누비며 잡상인으로 머리칼 다 빠지도록, 생목숨 둥글려 만든 똬리 위에 무거운 하늘, 어머니 허리춤에 매달린 전대 속에서 붉은 강이 풀리고 저녁 어스름 허기처럼 솥뚜껑을 열어 제끼는 한여름, 생의 장작불이 생각의 조각조각을 태워버리면 빗속을 뛰어가는 종소리처럼 흩어지는 물방울의 시간


어머니 각진 시간들 모아 모서리를 가지런히 늘어놓는다 싯푸른 강 하나 바늘귀를 통과한다 어머니 발자국 하나씩 지워가는 물줄기, 낡은 지붕 처마 끝에 매달려 환히 빛나는 수 천의 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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