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92

2025.7.19 이성목 <울컥, 장마>

by 박모니카

우르르 쾅쾅... 천둥 치며 내리쏟는 비 소리에 잠을 설칠 때, 어디에 선가는 더 큰 폭우피해로 울부짖는 사람들이 있으니 마음이 답답한 주말 아침이네요. 천재지변(天災地變)에 어찌 인간의 힘이 다 감당하리오 싶지만, 그래도 인재(人災)가 덜 하여 마음이라도 사람보다는 오히려 하늘을 탓하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맘까지 드는군요. 마른장마를 운운했는데, 역시나 하늘은 아량을 베풀지 않는 ’ 극한장마‘를 선보이며 사람의 경계를 늘 지적하네요. 주말 동안 긴장하며 내 안팎을 살피고, 혹시나 도움이 될만한 일들은 없을까 둘러봐야겠습니다.

요즘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일 중 하나는 ’ 책방의 묘사‘입니다. 어느 때는 바닷가 북카페를 그리다가, 어느 때는 숲 속 책방을 그리고, 또 어느 때는 도심에 현대적이고 엣지있는 책방도 그리고요. 또 어느 날은 시집만 있는 시 책방을 생각하고, 어느 날은 글쓰기만 하는 책방도 생각하고, 아니지 싶어 동화책 글 읽기,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아이들 책방도 생각하기도 하네요. 군산에 와서 처음 꿈꾸었던 영어동화책 전문 책방을 어떨까도 생각하고... 매일 별의별 생각들이 오고 가며 마주치다가, 생각의 주인 마음이 어떤지 살피는 그 생각들의 모습에 제가 어질어질하지만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하지요.


하여튼 책방에 변화를 주고 싶은 제 마음이 조금씩 중간치를 넘어서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어디 한 방향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을 느낍니다. 매일 써 놓는 메모의 양이 늘어나는 것을 보니, 더욱더 그런 제 마음에 분명한 방향타 하나를 던져주어야겠다 싶네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변화를 꿈꿀 수 있는 기본재량비가 필요하지요. 인간사 돈이 없이는 하고 싶은 일을 맘대로 하기 어려우니까요. 책방에서 책을 팔아 돈을 구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책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일에도 ’ 돈‘이라는 수단이 참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법,,, 책방에게 특별한 변화를 주고 싶은 제 마음에 궁극적으로 필요한 수단하나가 들어옵니다.^^


아직도 천둥비가 끊임없이 내리는군요. 어제 한 지인께,, 이제 올만큼 왔다고, 안 올 거라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 하긴 제가 하늘의 마음을 어찌 알까요.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들어달라고 떼썼던 건데, 어찌 오후부터는 그 소망을 들어주실지... 저는 잠시 후 정지용 시인의 시 세계의 문, 온택트 수업의 문을 열고 후다닥 들어가야겠습니다. 이성목 시인의 <울컥, 장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울컥, 장마 - 이성목


별을 재우려고 방문을 닫았다

캄캄한 낮이었다

스위치를 누르자 꽃이 피었다

꽃의 등잔 밑에 마음이 먼저 누웠다

선풍기를 켜자 잎사귀 휘돌았다

봉창으로 민들레 마지막 홀씨가 날아갔다

목이 쉬도록 울고

우는 내가 가여워 다시 울었다

흙탕물이 사타구니 아래로 흘러갔다

뒤통수에 대숲이 검게 일렁거렸다

이미 떠난 사람의 몸을 열고

양동이 가득 붉은 물을 퍼냈다

마음을 닦아낸

걸레는 오래도록 빨아 널지 않았다

울컥, 젖은 방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울컥, 속울음이 개수대 구멍으로 되올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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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호수길 산책길, 울컥장마에도 변함없이 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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