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17 장옥관 <장마>
15년 전 오늘도 정말 비가 많이 왔었지요. 육지에 땅 한 조각 없었던 우리 오 형제는 아버지를 모실 곳이 없어서 당황스럽기만 할 때, 남편과 시동생이 나서서 그들의 고향 언덕 한 모퉁이에 자리를 만들어 주었어요. 그 엄청난 빗속에서 아버지의 보금자리가 열리고 하늘이 그를 받아주었던 그 여름 한 날. 해마다 맞이하는 기일이지만, 이렇게 비가 오면 유독 마음에도 큰 비가 내리지요. 하물며 친정엄마의 마음엔 얼마나 홍수가 졌을까... 창밖을 보며 생각해 봅니다.
제사문화는 결코 죽은 자만을 위한 의식이 아니지요. 세상을 운영하는 산 자들이 단단하고 따뜻한 동맹을 위해 필요한 절차요 양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종교가 그들의 염원을 담고 태어났는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 고유의 문화마저도 사이비로 전락시키는 혹된 종교관을 가진 이들이 너무 많지요. 이 세상 가장 큰 종교의 대상은 ‘부모’이니, 그 부모의 제사에 전상서를 써야 할 때 이런저런 수식어을 붙이며 간과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뿌리를 잘라내는 우매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억만금을 벌 수 있는 종교관이 있다 해도, 최소한 제 뿌리를 건사할 줄 알아야 바른 삶이 아닐까... 뭐 그런저런 생각이 스치네요.^^
밤새 폭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들의 소식이 들려오네요. 특히 충청권의 ‘극한 호우’로 주민들의 어려움이 상당합니다. 천재지변일지라도, 단 1명의 생명에도 정성을 다하여 안전을 보장해야 된다는 새 리더의 말. 새 정부가 언행일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입니다. 오늘과 내일까지, 비의 양이 ‘극한‘이란 말이 붙을 정도라 하니, 어디에 계시든 항상 조심해서 다니시길 바랍니다. 장옥관시인의 <장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장마 - 장옥관
놋 세숫대야 위로 뚝뚝 떨어지는 꽃잎. 다알리아가 머릿속에서 폭발했다. 핏줄 속을 소용돌이치는 붉은 꽃잎. 아버지 머리 위로 여름비가 흘러내렸다. 소용돌이치는 세월 위로 종일 비가 내렸다.
나팔꽃은 벙어리. 아무리 흔들어도 소리나지 않는 종. 징소리에 잠을 깬 새벽. 어머니 대를 잡고 떨고 계셨다. 칼그림자 번뜩이며 떨어지는 마루 위. 징징징 징소리. 빗줄기를 감고 울려 퍼지고.
물 대접 속에 갇힌 식구들의 얼굴. 어머니는 놋 그릇을 챙겨 흙 속에 묻었다. 어둠 속에서 푸른 녹은 불꽃처럼 일어나고. 땅 속에서 불꽃은 불꽃을 끌어당기고. 장마가 그친 수성천에는 흙탕물이 소리치며 흘러내렸다.
장마 속 봉오리를 맺은 해바라기. 여물어야 할 앞날이 까만 씨처럼 촘촘하게 박혀들었다. 긴긴 여름이 시작됐다. 묵은 빨래를 널어 내는 장독대. 어머니의 소금 그릇이 하얗게 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