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89

2025.7.16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by 박모니카

여름 한가운데서 으뜸으로 태양의 사랑을 다 받는 꽃은 역시나 연꽃입니다. 연꽃을 두고 일컫는 말들은 수없이 많지만 ’ 명리에 물들지 않는 고결한 군자‘라고 한 어느 시인의 표현이 좋아서 따라 써 보네요. 얼마 전에도 전주 덕진 못의 홍련으로 여름을 열었는데, 어제는 김제 하소의 백련으로 여름 가운데 길을 걸었답니다. 하소 백련지를 보고 작년에 오마이뉴스에 기행문을 써서 기록으로 남겼는데요, 이번에는 처음 가본다는 벗들과 함께 가서 오붓한 시간을 즐겼답니다. 20여 분만 달려가면 시원 청청하게 연꽃향을 즐길 수 있는 곳... 추천합니다.

꽃 하나를 본 후 어느 시인이 어떤 시를 썼을까 찾아보는 재미도 참 좋지요. 연꽃을 노래한 시인으로는 ’ 애련설(愛蓮說)‘을 쓴 중국 주돈이(周敦頤, 송나라, 1017-1073)의 산문이 한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그가 연꽃을 군자의 덕에 비유하고, 군자의 고결함과 절개를 상징한 후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해요.


그의 글에 따르면 연꽃을 사랑하는 이유로, 진흙에서 나왔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음(不染),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음(不妖), 속은 비고 겉은 곧으며, 덩굴이나 가지를 치지 않음(中通外直), 향기는 멀수록 맑아짐(香遠益淸), 꼿꼿하고 깨끗하게 서 있어서 멀리서 바라볼 수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음(可遠觀而不可褻翫)을 들어 연꽃을 군자의 상징이요, 군자의 꽃이라 하였답니다.('한시로 읽는 우리 꽃 이야기’ 중에서)


저 같은 평인이 무슨 군자를 탐하겠습니까마는 홍련의 화려한 모습을 보다가 백련을 바라보니, 왠지 세속의 모든 때를 다 감싸 줄 것 같은 흰 빛의 간결함과 청초함으로 저절로 무소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그런 순간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군자로의 삶에 최소한 한 발자국 내딛는 거 아닌가... 혼자 자문 자답하며, 백련향기에 가득 담아왔답니다. 올해 하소백련 축제는 26-27일이라고 스님이 말씀, 그날은 연꽃밥 시식을 포함해서 여러 활동들이 있다고 해요. 아직 개화되지 않은 봉우리가 많았는데, 행사날에는 만개하여 백련꽃향이 방문객들을 적시고도 남을 만할 것 같으니, 꼭 한번 가보시길요. 서정주시인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사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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