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94

2025.7.21 안도현 <첫사랑>

by 박모니카

수마의 흔적을 덮어버리는 저 아침 햇살... 원망하는 목소리마저도 삼켜버릴 듯 밝은 아침입니다. 뉴스로 폭우현장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래도 초복이라고 저분들도 복달임 해야 되는데...라고 생각하다 보니,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인지요. 한쪽에서는 물난리가 나도 또 다른 한쪽에서는 초복의 삼계탕을 먹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습니다.


이제 오늘부터는 무더위와의 사투라고 할 만큼 더워질 거라고 말하는군요. 학생들도 방학이 시작되고요(고등부는 10여 일 정도의 방학뿐), 학원에서는 한 학기 동안 공부하느라 수고했다고 방학 동안 쉬고 싶으면 쉬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학생들의 완전한 방학을 만들어 주고 싶은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지요. 오히려 더 공부하라고 말하는 제가 미울지도 모르지요.


학생들이 제게 성적표를 보여주는데요... 특히 언어이해력이 낮은 학생들을 보면서 방학 때를 기점으로 ’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야 되는데’라며 저 혼자만 애가 타지요. 어제도 중학생 1학년 두 명을 학원에 불러서 수고했다는 격려와 동시에 방학 중 가장 먼저 할 일은 ‘오로지 독서뿐’이란 말을 했지요. 제가 시간만 주어진다면 우리 학원생들에게 독서클럽 하나 만들어서 스스로 책을 읽는 변화의 기회를 갖게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모든 학생에게 적용할 수 없어도, 한 두 명이라도 방학을 이용해서 독서하는 자세, 그중 초등학생들에게는 동시가 담긴 책을 권하고, 중등학생들에게는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추천해 봐야겠어요. 어차피 학원에서는 방학 때마다 영어동화책 읽고 간단한 줄거리 쓰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니, 풍부한 모국어의 양이 영어공부에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꼭 알게 하고 싶네요.


주간 첫날,,, 월요일이 맑아야 한 주일이 편안하지요. 다행스럽게도 고운 햇살로 아침을 열어주니, 퀴퀴하던 집안의 냄새들도 일 순간에 사라질듯하고요, 한 발자국 내디뎌 숲 속으로 산책하다 보면 묵혀있어 냄새나던 쓸데없는 잡생각과 감정들이 일소될듯하여, 오늘도 황토산책으로 온몸을 정화하려 합니다. 장마철 잠깐 비추던 강렬한 태양빛 아래 흔들거리던 빨랫줄 위, 옷들의 고슬 거림이 온몸으로 내려와 앉길 기대하면서... 안도현시인의 <첫사랑>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첫사랑 – 안도현


그 여름 내내 장마가 다 끝나도록 나는

봉숭아 잎사귀 뒤에 붙어 있던

한 마리의 무당벌레였습니다.

비 그친 뒤에, 꼭

한번 날아가 보려고 바둥댔지만

그때는 뜰 안 가득 성큼

가을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코 밑에는 듬성듬성 수염이 돋기 시작하였습니다.

7.21초복1.jpg

사진제공, 후배(부안풍경)

7.21초복2.jpg

초복이라고 토종닭을 진하게, 보약처럼 보내주신 엄마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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