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95

2025.7.22 문정희 <흙>

by 박모니카

누군가가 요즘의 저에게 이렇게 말해준다면... “요즘 참 편안해 보여요!!” 그렇다면 그건 아마도 흙 위를 걸을 때의 저의 평화로움 덕분일 거예요. 유일하게 혼자 운동하길 싫어했던 저였는데요, 아침에 편지를 쓰고 나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박차고 나가, 숲길을 걷고 싶은 거예요. 걷기를 포함한 운동의 시작에는 늘 체중감량이나 근육강화 같은 단서가 붙었었는데, 요즘은 완전히 생각이 바뀌어가고 있네요.


‘홀로 걷기’에 가장 큰 장점은 ‘생각의 두레박’ 하나를 만드는 일 같아요. 매일 분주한 삶에서 어떤 일을 먼저 하고 어떤 일은 나중에 해야 하는지, 어떤 생각이 필요하고, 어떤 생각을 잠시 접어두어야 하는지, 어떤 이와 함께 갈지, 어떤 이와 쉼터의 공간이 필요한지... 제 마음이라는 거대한 우물을 필요할 때마다 한 모금씩 꺼내어 저의 양식이 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방법 중 하나로 등장한 ‘단 30분이라도 혼자 걷기’...


생각해 보니, 인간이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치. 흙은 언제나 어디서나 인간을 받아주는 숙명과 같은 본성이 있지요. 황토산책과 텃밭수확으로 제 몸과 영혼이 건강해지고 제 일상이 향기로워질 수 있다면 마다할 리가 없지요. 가을문이 열리는 9월부터 새롭게 선보이고 싶어서 시작된 저의 책방기획도 잘 진행하고 싶고, 매일 쏟아지는 생각의 부스러기들을 잘 정돈하기 위해서라도, 오늘도 꾸준히 흙과의 사랑을 나눠보고 싶답니다.


장마로 인한 수해현장을 찾은 리더와 주민들의 대화를 듣다가, 매몰된 소도 안타깝지만 서너 날째, 음식도 못 먹고 고립된 50여 마리의 소가 있다고 말하며 애원하는 한 농부의 말을 응대하는 리더. 한 마디도 허투루 듣지 않는 그의 몸짓과 지시사항은 수해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분명 큰 위로가 되었을 거라 느꼈답니다. 그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려는 듯, 장마가 지난 후 푸른 여름하늘에 나타난 뭉게구름과 깃털구름... 얼마나 티 없이 맑고 흰 지... 잠시라도 하늘을 보며, 마음에 평화를 가져보라는 일종의 계시처럼 보이더군요. 마음으로 수해를 입힌 모든 분들에게 위로를 보내며, 오늘 우리도 푸른 하늘 한번 보아요. 문정희 시인의 <흙>을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흙 - 문정희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라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두 눈이 젖어온다.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그를 주물러서 달덩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은 있다.

또한 그의 가슴에 한 줌의 씨앗을 뿌리면

철 되어 한 가마의 곡식이 돌아오는 것도 보았다.

흙의 일이므로

농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그래도 나는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면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하늘이 우물을 파놓고 두레박으로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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