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96

2025.7.23 오길원 <무더위>

by 박모니카

“아이들과 비싼 과일(수박) 먹어야지. 아이들에게 고기 한번 사 먹여봐야지.”라고 새 정부의 리더가 읽어주더준요. 일부 국민들이 소비쿠폰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문자로 보내준 문구라고 해요. 소위 민생안정자금을 약속했던 새 정부가 전 국민에게 쿠폰형으로 경제 마중물을 제공하고 있네요. 저는 금요일 이후나 신청할 수 있고요, 저도 역시 과일도 먹고 고기도 먹고, 시집 한권 사서 읽으려 해요.^^


한 집안의 경제 살림을 경영하는 일도 어려운데 한 나라, 모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만족시키려니, 확고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어려울까. 영재들만 풀고 있을 왕수학 문제는 저리 가라 할 정도겠지...라며 괜스레 새 정부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군요. 제 친정엄마께서 말씀하시더군요.

“모두 똑같이 나눠준다고 하더구먼 그것도 아니더라. 누구는 더 많고, 잘 사는 재벌들은 뭐 하러 준다냐...^^”


새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진정한 모습 몇 가지를 말씀드렸죠. 겉보기에 적은 금액 같지만, 수박 하나, 고기 한 점 살 수 있는 이 금액이 지역의 소비경제를 회전시키는데 얼마나 큰 마중물 역할을 할지를요. 당신을 모시고 있는 막내아들의 삶에도 바로 직결되는 일이라 이내 알아들으셨답니다. 하여튼 소비쿠폰이 전 국민의 마음의 주름 한 줄 희미해지게 해 줄 것으로 믿고 싶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열린 더위 세상, 여름 폭염이면 생각나는 다산 정약용의 ‘소서팔사(消暑八事)-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이라는 문구가 떠 올라서 한번 써보아요.


- 괴음추천(槐陰鞦遷) 송단호시(松壇弧矢) 허각투호(虛閣投壺) 청점혁기(淸簟奕棋) 서지상하(西池賞荷) 동림청선(東林廳蟬) 우일사운(雨日射韻) 월야탁족(月夜濯足) -

이 중 ‘우일사운’은 ‘여름 비 오는 날, 시를 짓는다’는 뜻인데요, 아마도 폭염 중에 시원하게 소낙비 한번 내릴 때 다산께서 시를 지으면서 하신 말씀이겠지요. 실제로 기록에 의하면, 다산은 후텁지근한 여름날 집에 있으면서 "가장 좋은 건, 시를 천 수쯤 짓고 운자를 손 가는 대로 집어내는 것일세. “라고 하셨다 해요.”


저는 어제 펜화팀과 가까운 서천의 문헌서원 산책도 했고요, 글쓰기 팀에게는, 이렇게 말씀드리기도 했지요. ‘어디 비 오는 날만 시를 짓나요. 더우면 더운 대로 시를 짓지요.’라고요. ~~ 소비쿠폰으로 맛난 거 드시면서, 염일사운(炎日射韻) 해보시는 시간 만들어가시게요. 오길원시인의 <무더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무더위 - 오길원

더우면 덥다고나 하지

하얀 속살을 훤히 내 보이면서도

더운 줄 모른다며

무더위라 쓰고 더위라고 읽는다


뜨겁게 달구어진 햇살이

비에 젖은 꽃잎처럼

땅바닥으로 털썩 주저앉는다.

하늘도, 바람도 아는지 모르는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 가슴을 짓누른다


커다란 돌덩이가

짓누르는 답답함이 이런 것일까?

거짓말처럼 더위가 무거워지더니

걸음걸이마저 답답하다


풀릴 듯 말 듯

수수께끼 같은 미로의 세상살이가

고온 다습한 바람을 타고

선한 마음을 칙칙하게 휘감는다


춥따∼ 춥따∼

따 소리에 놀라 추위가 맹해지듯

덥따 덥따, 따 소리 몇 번 하고 나면

슬그머니 더위는 꼬리를 내린다고

무더위는 못 본 척 눈 감아 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

홀가분하게 산들바람 따라

훅 떠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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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서원이 내려다 보이는 이색의 묘 앞에서... 붉은 배롱이 어서 피어나야 제멋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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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길에 옥수수를 삶아오신 이정숙 샘의 펜화... 찐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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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 셋이 목은 이색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전수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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