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97

2025.7.24 윤무중 <폭염>

by 박모니카

여름날, 엄마가 만들어주신 콩물로 ‘후루룩 찹찹 촉촉’하며 맛난 수다간식까지 먹었던 시간을 아마도 오래 기억하면 좋겠다... 라며 문우님들을 초청! 저보다 더 마음그릇이 넓고 손발까지 빠른 왕 언니의 도움을 받아서 시원고소한 검정콩 냉국수 점심 한 끼를 먹었습니다.


노인복지관이나 기타 공동체모임에 나가기를 꺼려하는 친정엄마의 취미는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뭔가를 만들어서 주는 일입니다. 요즘 세상 먹을 것이 넘쳐서, 한 발만 내딛어도 얼마나 눈요기할 음식들이 많은가요. 그런데도, 그냥 계시지 못하는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저는 무조건 ‘네. 맛있지요. 마미땡큐’하고 받아오고 제 냉장고에 당신이 주신 음식들이 점점 늘어날 때마다 생각하는 것은, 누구와 나눠먹을까입니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던 거지요.^^


말씨앗 글씨앗 하나가 어떻게 자랄까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고민하는 일, 그것은 글 쓰는 사람의 중한 태도. 어제 김사인 시인의 ‘시론’ 영상을 보다가, 또 생각했습니다. 폭우에, 폭염에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여, 시인께 안부를 전하니, 잘 지내시고 계신다길래, 잠깐 저의 근황을 전하고, 저는 전주로, 당신께서는 군산으로 또 놀러 오시겠다는 약속을 주고받았지요.


그분의 영상, 어느 공과대학생들에게 ‘시와 인생’이라는 주제로 말씀하셨는데, 그중 이런 구절을 들려주시면서 언어의 힘, 말의 위력을 느낄 수 있는 ‘시‘에 대해 설명하시는데, 그 한없는 순수한 미소를 가진 분이기에 더욱더 그 말씀이 진실되게 와닿았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윤동주 시인의 ‘서시’ 중에서)” “달이 떴다니 전화를 주시다니요 /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중에서) -


수리, 물리를 많이 공부하는 공과대학들 일지라도, 시의 한 구절이 가지는 힘, 그 힘이 누군가에게 전달될 때의 영향력 등을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아침마다 주저리주저리 뭔가를 쓰는 일에도, 저 또한 누군가에게 미미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생각이 더러 드는데요. 그래서 불편한 감정보다는 이왕이면 편한 감정들을 꺼내어 희석시킨 후 글의 소재를 정돈하지요. 그때 도움이 되는 매개체들이 바로 ‘시인들의 시‘입니다.


오늘도 날이 많이 덥겠지요. 실내에만 있어서 오히려 더위를 즐기자 라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가도, 지나가다 어느 외부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이내 마음이 미안해지고, 시원한 오이냉국이라도 만들어다 주고 싶어 집니다. 제 텃밭에서 나온 오이가 거의 종착지에 다다른 느낌. 그래도 어제까지도 제게 커다란 선물을 주어서요~~~ 윤무중시인의 <폭염>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폭염 - 윤무중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 빛이

땅에서 달구워지면

달려오는 바람에 나부낀다

바람이 오고 가는 곳엔

그 빛이 달려와 또 다른 빛이 된다


숲 속에선 나무들이 후들 후들

즐비한 아파트 숲은 비틀비틀,

추운 날을 대비하여 햇볕을

한껏 몰아 숲속에 간직한다


폭염暴炎은 폭군暴君이 아니니라


뜨거운 열정은

폭염으로 가득 채우고

이글거리는 하늘에 하나로 모였다가

찬바람 불면 이곳에 내려와

따뜻한 사랑으로 나타나겠지


이 폭염이 떠나기전

서로서로 따뜻한 가슴에 감싸고

하나 된 마음을

저 숲속에 가득가득 채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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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안 간 사이,, 애호박이 할머니 호박 마냥... 그래도 골고루 선물 많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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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첫 수확... 콩국물 만들어주신 엄마께, 첫 수확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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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검정콩 냉국수로 만들어 주신 이순화문우께 감사드립니다...(저도 옆에서 오이 썰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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