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99

2025.7.26 박인걸 <그 해 여름>

by 박모니카

제게 보이는 세상의 반지름은 30cm. 오랫동안 근시와 원시, 난시 등이 복합되어 시력이 다소 어려움이 있어서, 선택한 길은 ’ 근시의 최대치‘ 였지요. 그래서 평소 사용하는 안경은 맞춤용 돋보기죠. 일반적으로 돋보기라 함은 원시에 익숙해지는 노인성 시력을 가진 사람이 가까운 글자를 보기 위해서 사용하는 안경인데요. 저는 어려서부터 근시력만 있다가, 나이 오십이 되니, 근시와 원시 사이쯤 되는 시력이었다가, 난시까지 심해지고... 하여튼 이러니 저러니 하다가 이제는 소위 마지막 단계 ’ 안과수술‘을 제안받고 있지요.


사람들은 쉽게 수술도 잘하는데요, 저는 그게 잘 되더라고요. 글이나 책으로 활자를 접하는 일이 많다 보니, 최소 30cm는 보이는 안경을 쓰고 있어요. 그 밖 너머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이나 사물은 모두 형체가 상당히 흐릿해 보여서, 특히 사람인 경우는 오해를 많이 받기도 합니다. 누군가 만나기를 대비해서 30cm 넘어서 보이는 안경을 매번 들고 다닐 수도 없고요. 그러다가 어젠 이런 일이 있었지요.


’ 오늘은 아침 편지를 쓸 수 없을지도 몰라...’ 생각했던 짧은 순간... 어제 잠시 시력도 더위를 먹었었는지 ‘넉 다운‘이 되어, 글자들이 안 보이는 거예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얼마나 놀랐는지... 1시간여 가까이 안경을 벗고 눈을 감고 편안하게 해 주어도 금세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 사이 학생들은 수업하러 오고, 긴 얘기를 할 수 없어서, 독해집을 코 앞에 바짝 대고 해석을 살펴주다가 너무 불편해서 결국 보강으로 넘겼네요. 지금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혹시 몰라 오늘 안과클리닉을 방문하려 해요. 몸에 오는 신호를 함부로 무시하면 안 된다는 지인들의 말씀... 잘 기억할게요.^^


안과 핑계 대고 호젓하게 혼자 전주로 북캉스 가볼까 하는데요. 금주에 읽어야 할 책 한 권 끼고요. 벌써부터 휴가를 떠난 사람들이 많군요. 이번 여름휴가에는 군산을 잘 지켜야 할 일이 생겨서 먼 거리 여행을 계획하지 못하고요, 시간 날 때마다 가까운 곳에 있는 특이한 동네책방과 도서관, 먹거리를 중심으로 움직여 볼 생각입니다. 그들을 담은 풍경사진 찍는 재미도 큰 몫이지요. 저의 가장 큰 동행자인 자동차가 있으니, 어디서나 언제든지 가능한 휴가방법입니다. 여러분의 휴가는 어떤 모습일까요... 궁금해지네요.^^ 박인걸시인의 <그 시절 여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 시절 여름 - 박인걸


간장 빛 깻잎 장아찌

어머니 손 때 묻은 맛

납작 보리밥

바람에 날릴 것 같아도

볼이 터지던 호박잎 쌈에

뱃살에 기름 오르고


함석집 지붕에

분이 얼굴 같은 박이 익고

반딧불이 콩밭 위로 날 때면

은하수는 남쪽으로 쏟아지고

멍석에 누운 소년은

북두칠성을 가슴에 담는다.


내 살던 고향 팔월에는

장독대에 봉숭아 피고

종일 맴돌던 해바라기

어지러워 뻘쭉해 질 때면

줄따라 오르던 나팔꽃은

소리 없이 합주를 한다.


가보고 싶은 그 집

굴렁쇠 굴리던 넓은마당

배추국화 웃던 화단

온통 그리운 것뿐이네

마당가 뽕 나무는

날기다리다 삭정 됐겠지

사진> 안준철 시인님... 연꽃사진은 안 시인님의 작품이 최고지요.

벌의 눈에는이 연꽃잎이 얼마나 황홀한 세상일까요. 얼마 후 후두둑 소리내며 떨어질, 연꽃잎의 천둥소리에 놀라지 말고 다가올 이별에 슬퍼하질 말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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