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01

2025.7.28 서정주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by 박모니카

소나기, 소낙비, 빗소리...라는 말만 들어도 시원해질 듯 한 순간, 진짜 비가 내리는 소리. 짧은 순간이었지만 목말랐던 도로도 생명을 얻은 듯 빗물에 반짝거리고 폭염으로 폭발직전이었던 공기입자들도 너울거리는 저녁거리를 맞았었네요. ’참 신기하기도 하지. 참을 인(忍)을 잘 다스렸던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 같네.‘라며 혼잣말했어요. 오늘도 더위는 또 찾아오겠지만, 고통이나 아픔이란 것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따라오는 것이라 하니, 그 또한 잘 보듬고 있다 보면 제 살결이 될 터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길 바래요.^^


우리 고장, 전라북도에서 친일, 반민족 또는 독재찬양, 어용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대표적인 문인으로, <탁류>의 채만식 소설가(1902-1950), <국화옆에서>의 서정주시인(1915-2000)이지요. 또 최근에는 성범죄 관련 어구가 붙는 <만인보>의 고은시인(1933-현)에 이르기까지, 문학작품으로만 보면 차마 한 줄로 표현할 수 없는 대 작가들이 이 고장 출신입니다.


이 중 채만식 선생은 <민족의 죄인>이라는 글을 발표, 자신의 잘못을 참회한 흔적이라도 있는데, 근 현대사를 통해 문학적으로 가장 방대한 양의 작품을 발사한 서정주시인을 반성과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뿐만 아니라, 산문, 소설, 희곡, 번역, 시론, 전기 등 문학의 전 범위에 걸쳐 1000여 작품을 남긴 그가 전두환정권에 이르기까지 보여주었던 삶의 태도를 보면, 과연 무슨 욕망에 그리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일어납니다.


근대시인들의 시 세계를 공부해 보자고 뭉친 문우들에게, 서정주 시인에 대해서도 공부하자고 권했습니다. 독자로서 그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평가와 함께, 문학작품에서 보여주는 그의 속마음을 한번 같이 들여다보고 싶었지요. 그 이면에는 살아생전 꼭 자신의 잘못을 공개 사과하고 자신의 작품이 다시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싶은 ’ 고은‘시인에 대한 애련함도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문우님들이 공부한 서정주 시인 역시, 지탄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이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못난 곰보자국에서라도 한 가지 좋은 모양을 찾아보자.‘라는 심정을 전했지요. 그가 선망하는 문인이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학창 시절부터 얼마나 오랫동안 그의 시 <국화옆에서>가 우리를 지배했는지,,, 무의식적으로 그의 수려한 글만 보는 고정관념을 버릴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에 붙는 수식어를 먼저 앞에 두면 결코 읽힐 리 없는 그의 시들을, 문우들의 자유로운 해석과 가감 없는 비판으로 다시 말해보는 것도 크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삶의 반면교사라,,, 생각하고 다음 주 한 주 더 그의 시를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서정주시인의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 서정주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내가 아직 못다 부른

노래가 살고 있어요.


그 노래를

못다 하고

떠나올 적에

미닫이 밖 해 어스름 세레나드 위

새로 떠 올라오는 달이 있어요.


그 달하고

같이 와서

바이올린을 켜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 안 나는

G선의 멜로디가 들어 있어요.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전생의 제일로 고요한 날의

사둔댁 눈 웃음도 들어 있지만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이승의 비바람 휘모는 날에

꾸다 꾸다 못다 꾼

내 꿈이 서리어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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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잘 이겨내라고, 멀리 계신 지인께서 보내주신 폭포사진...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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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더워도 꽃들은 지치지 않네요...능소화사진제공, 안준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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