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30 손광세 <여행>
학원방학 3일간, 저는 오늘 하루 온전히 탈출합니다. 어제 초등학생들에게 ‘나 방학이야, I’m on a vacation.‘이란 표현을 말하도록 지도하며, 방학이란 영어말의 어원(라틴어 vacare, 비어있다, 자유롭다)과 쉬운 관련 단어(vacant, 비어있는 / vacuum cleaner진공청소기)도 설명했지요. 어제는 7월 단어왕 시험을 보는 날, 단어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맘, 여러분도 아시죠.^^
저의 방학엔 무엇을 할까, 군산을 약간 벗어나 가까운 산길 걷기를 계획했었는데요, 조금 바꾸어서 평소 가고 싶은 책방을 딸아이와 가기로 했지요. 대신 기차 타고 매우 느리게 느리게 한번 움직여보려고요. 그래서 옛날 통일호 기차부터 무궁화호, 새마을호, 고속철 등의 기차이름도 떠올려보고요, 혹시 몰라 계란도 삶아두고요, 시원 달달한 복숭아도 챙겨두었지요. 무엇보다 운전대를 직접 잡지 않고 낯선 곳으로 가는 여름기차의 창문을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눈이 시원해질 것 같은 느낌. 작년 이맘 때도 딸과 둘이서만 태국시내를 돌아다녔는데요, 올해도 이쁜 딸과 찾아갈 북캉스여행이 기다려져서 내심 오늘 새벽은 왜 그렇게 시원한지요.
짧다면 짧은 1-2일 휴가를 갖는 사람들의 모습... 다양하지요. 평소와 다름없이 보내는 이, 집콕하며 미디어 즐기는 이, 누군가와 맛난 수다 먹는 이, 온전히 취미활동 하는 이, 한 가지라도 목표달성하는 이, 고요한 산방길에 오르거나 넓고 푸른 바다기운을 맞으러 가는 이, 가족들에게 사랑표시를 왕창 베푸는 이, 등등등!!! 저는 이 모든 것을 담고서 이색적인 책방으로의 여행길을 선택한 거지요. 오늘 찾을 곳의 모습도 내일 편지로 알려드릴게요.
중요한 것은 어떤 모습의 휴가든 여행이든,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은 ’ 자신이 살아있다는 뚜렷한 증거‘입니다. 가장 긴 휴가이자 여행길이라는 ’ 죽음‘이전에 생명의 ’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귀한 시간! 어느 시인의 말처럼 ’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 여행‘이라 했으니, 오늘 찾는 곳에서 행복하면 최고의 휴가가 되겠지 싶어요. 손광세시인의 <여행>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행 - 손광세
떠나면 만난다.
그것이 무엇이건
떠나면 만나게 된다.
잔뜩 찌푸린 날씨이거나
속잎을 열고 나오는 새벽 파도이거나
내가 있건 없건 스쳐갈
스카프 두른 바람이거나
모래톱에 떠밀려온 조개껍질이거나
조개껍질처럼 뽀얀 낱말이거나
아직은 만나지 못한 무언가를
떠나면 만난다
섬 마을을 찾아가는 뱃고동 소리이거나
흘러간 유행가 가락이거나
여가수의 목에 달라붙은
애절한 슬픔이거나
사각봉투에 담아 보낸 연정이거나
소주 한 잔 건넬 줄 아는
텁텁한 인정이거나
머리카락 쓸어 넘기는 여인이야
못 만나더라도
떠나면 만난다
방구석에 결코 만날 수 없는 무언가를
떠나면 만나게 된다
산허리에 뭉게구름 피어오르고
은사시나무 잎새들 배를 뒤집는 여름날
혼자면 어떻고
여럿이면 또 어떤가
배낭 메고 기차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