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31 서정주 <신록>
’ 강물이 흘러 발을 적시고, 산그림자가 내려와 그늘을 드리우는 곳, 이렇게 평화롭고 아늑한 곳이 있을까 싶은 구례마을 기차역. 지리산과 섬진강의 축복을 받은 구례군 구례구역에 내리자마자, 봄에 산수유꽃과 사성암 등의 유명 사찰을 보러 갈 때와는 정말 다른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군산보다 남쪽인데도 공기가 서늘하고, 무엇보다도 느림과 오래됨의 미학을 격의 없이 보장해 주는 듯한 낮은 건물들과 사람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섬진강 책사랑 책방’까지 딸과 룰루랄라 흥소리가 절로 나왔네요.
이 책방은 책방지기 50여 년의 이력을 가진 책방대표(남원출생, 부산거주 45년)가 섬진강가에 있는 낡은 모텔을 구입해서 책방으로 만들었어요. 3층 건물로 된 이 책방에 들어서는 순간, 손님을 맞이하는 두 부부의 환영을 제외하고, 오래된 헌 책들에서 울려 퍼지는 형용할 수 없는 기다림과 반가움의 소리. 여기 있는 책의 수량이 얼마나 되나요?라고 묻자니, 너무 방대하여 그의 평생의 손길을 가볍게 보는 질문인 것 같아, 한 2시간여 있다고 물어보았네요. 5년 전 수해로 15만여 권을 버리고, 지금 책방에 있는 책만 20여 만권... 오는 사람마다 물어보길래, 그냥 생각해 보니, 약 4000권-5000권씩 담은 트럭이 50번을 왔다 갔다 했다고 말했습니다.
2층에는 손님들을 위한 카페식 독서공간도 마련해서, 창문 너머 보이는 구례역사와 섬진강변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하루 종일 머물다 가도 오히려 고맙다는 주인의 말씀에 제대로 된 북캉스의 책방을 발견했답니다. 군산에서 총 소요시간이 1시간 30여분 정도, 기차로 가는 여행길, 계란과 복숭아를 먹으면서 담소 나누는 공간까지 생각하면 그야말로 늦여름 나기 최고의 힐링장소라고 추천합니다.
너무 책이 많아서 이곳저곳 눈을 돌리기가 어려울 때, 가장 크게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딱 한 가지를 집중해서 바라보는 일... 저는 지금은 절판된 미래사 출판사에서 나온 시인 100인의 전집 시리즈를 만났습니다. 제가 거래하는 총판에서도 구할 수 없는 시집들을 챙겼는데요, ‘월북시인들, 임화의 <다시 네거리에서>, 이용학 <낡은 집> 들을 포함해서 헌책들 중 진짜보물인 시집들 30여 권을 구매했지요. 다행히 택배부담까지 책임져 주시더군요. 이곳으로 소풍 가시면 책 보고 책 산 후 택배로 받으면 되니, 얼마나 가볍고 즐거운 일일까요.
언젠가 소개했던 충남 보령 ’ 미옥서점‘도 헌책방 산실로 책방과 산세의 풍경이 멋있었지만. 구례의 ’ 섬진강 책사랑‘은 수장하고 있는 책의 양이나, 주인장의 책을 대하는 지극정성의 마음에서나 으뜸 중 으뜸으로 치켜들 만큼이니, 우리 봄날의 산책편지 애독자님들과 딱 어울리는 책방임을 널리 홍보하렵니다. 오늘은 7월의 마지막 날... 어제 중복이었다고 여기저기서 보양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저는 오늘 친정엄마와 맛난 먹거리 찾아보려 해요. 서정주시인의 <신록>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신록 - 서정주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만 이제 꽃닢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나-ㄹ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허며
붉은 꽃닢은 떨어져 나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나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속에 떨어져 나려
올해도 내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