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05

2025.8.1 임보 <8월의 뜰>

by 박모니카

뉴스를 잠깐 보니 ’ 한미관세협상타결‘이란 문구가 많이 뜨면서, 대통령의 여러 말들이 키워드로 나오더군요. 내란사태 이전에도 나라의 경제적 위기를 자영업자로서 종종 실감하였고, 그 후 새 대통령 당선까지 참으로 많은 역경과 불안감이 가속된 대한민국이었지요. 심지어 해바라기성 레거시 언론 탓에 진실된 보도를 접하지 못했던 세대층들이 여전히 새 정부를 불신하는 행동들 속에, 이번 한미관세협상의 결과는 상당히 의미 있는 리더력의 모습이었다고 평을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협상을 체결하는 과정 자체도 매우 폭력적이죠. 민주주의를 가장한 깡패국가가 깡패리더를 뽑아놓고, 지들 맘대로 관세율이라는 숫자폭탄을 손에 쥐고 협박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어야 하거늘, 세상에 돈이 전부다 라고 천명한 천박한 자본주의, 이기적인 백색주의를 내세운 인간이 다른 나라의 민족성, 문화성 등 모든 영역을 짓밟고 있는 꼴이니까요.


얼마 전 현 정부의 국무회의를 보면서 영상으로 보았는데요, 사실 국민들이 정부 각료들의 회의 진행내용을 본 것은 처음이었을 겁니다. 저희 첫 느낌은... ’와 진짜 살아 있구나. 대화와 토론을 좋아한다는 리더를 만나면,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의 대화법을 지향하는 리더를 만나면 이렇게 사람들이 바꿔지는구나 ‘ 하는 생각으로 마치 저도 현장에 있는 듯, 그들의 얘기가 참 신선했습니다.

특히 산재사고예방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며 노동부를 포함하여 각 부처장관들이 대응책을 내놓는 모습, 서로 손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장면은 엄청나게 역동적이었습니다. 마치, 위험에 빠진 누군가를 서로 구하겠다고 뛰어드는 것처럼요. 한 가지 주제를 향하여, 서로 다른 부처에서 순식간에 넓은 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분명하게 그려졌습니다. 소위 언어의 기술로 표현되는 ’ 토론과 정치‘의 상호작용이었죠. 다른 건 몰라도, 말의 중요성, 대화의 즐거움, 토론의 효능감을 잘 알고 있는 리더인 것만은 분명한 듯합니다. 제가 너무 명비어천가를 부르는 것 같아도,,, 어쩔 수 없지요.^^

오늘부터 달의 수가 바꿔지네요. 8월 1일. 음력으로 윤달이 있어서 여름이 길어진 듯 하지만 실은 8월에는 입추가 있고 말복이 있습니다. 어제도 산책길에 보이는 나뭇잎, 꽃잎들에서 ’ 경계를 나누는 선‘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초록 신령들이 일초가 아깝게 춤추었던 그 기세들이 거의 멈추었고요, 슬슬 다른 향기를 내뿜을 준비를 하는 ’ 경계‘에 서 있었답니다. 우리 몸도 그렇지 않은가요. 열복으로 뜨겁기만 했던 바로 어제, 그제의 날들과 다르게 오늘은 살짝 이불깃을 당기게 하지 않던가요... 자연에겐 쇠락이란 말이 없지요. 단지, ’ 변화와 다음‘을 또 기대하게 할 뿐입니다. 우리도 이제 막바지 여름 속에서 가을로의 변화에 동참해 보아요. 임보시인의 <8월의 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8월의 뜰 – 임보


넓고 푸른 잎을 보려고

작은 뜰의 한가운데 몇 그루 토련을 심었더니

키를 높게 뽑아 올려 무성한 잎들을 펼쳤다

그러자

곁에 있는 토박이 백모란이 움츠러들고

배롱나무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피한다

능소화도 지지대의 끝까지 기어올라 구원을 청하고

욕심껏 열매를 매단 명자나무는 속수무책

하수오 덩굴들이 이를 앙다물고 기어오르자

밥풀나무가 숨을 헉헉대며 버티고 있는 중

옥잠화 도라지 둥굴레 해당화 들은

이미 다 기가 꺾여 주저앉았고

여기저기 돋아난 왕고들빼기 몇 놈만이

키를 우뚝 뽑아 토련에 맞서고 있다

그래봤자 이놈들은 다

30년 묵은 감나무 휘하의 밑이고

이 감나무 또한 건너편에 버티고 있는

100년 묵은 거송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편!

8월의 뜰이 온통 치열 왁자하다

8.1 해봉사목백일홍.jpg 권선희 시인의 시집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에서 나온 '해봉사 목백일홍' 이란 시의 사진...시인이 올려주어서 공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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