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2 김갑수 <여름휴가>
오이모종 5개 심어서, 100여 개 오이를 땄다면... 새벽시장에 한 자리 얻어 오이를 팔아야 될 만큼의 능력자. 텃밭에 갈 때마다, 오이덩굴대에 달린 오이를 따오는 일이 이제는 끝났나 싶은데도, 또 달려있는 것은 아마도 우렁각시가 있음이지. 하지만 이제는 오이 잎들이 거의 바짝 말라 사그라들었으니, 진짜 제 할 일을 다 한 듯 보였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애호박에 가지에 토마토에,,, 빈 손으로 보내지 않는 텃밭작물들의 신묘한 대접에 나이 들면서 진짜로 값어치 있는 일 중에 이보다 더 큰일이 있을까 싶답니다. 푸른 고추도 실컷 먹고 나눴는데, 빨간 고추의 행렬이 두드러지는 것을 보며, 잘 말려서 한 줌이라도 고춧가루까지 만들어야지 라는 속내를 남겨두었네요.
가을은 어디에서 오는지 묻는다면 농촌 길에 누운 그물장대 속 빨간 고추에서 오지요 라고 답합니다. 어제 지인들과 차 한잔 하자고 나선 길이 삼례 문화마을 책방이었는데, 도로에 놓인 빨간 고추, 일명 태양초로 변신하고 있는 고추를 사진 찍으면서 가을의 향을 맡았답니다. 비록 염천에 머리가 뜨겁다고 엄살 부리며 카페 안으로 후다닥 들어갔지만, 그 햇빛 덕분에 고추가 마지막 사명을 다하고 있는 작렬하고 당당한 항거는 제 몫처럼 느껴졌네요.
아시다시피 8월에는 입추(8.7)가 있으니, 이글거리는 하늘아래 불어오는 한들바람도 그 세기에 힘이 붙겠지요.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 있더라도, 인류가 이어온 속내에는 특별히 새로운 것이 아닌,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것들이 가득할 것입니다. 마음으로나마 입추를 떠올리면 이내, 바람 한 점이 쓰윽하며 지나가는 감을 느끼시겠지요. 그렇게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 주말 동안 시원한 마음이 절로 추켜지는 문화공간 찾아보세요. 예깊 미술관에서 열리는 ART Gunsan G-city라는 행사가 있는데요, 지인의 예술작품 보러 구경 갈까 합니다... 김갑수 시인의 <여름휴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름휴가 – 김갑수
햇살은 눈부시나 또한 따갑고
등 떠밀며 흐르는 강물의
가벼움과 무거움
이것이 바로 자연스러움인가 혹은
인간적으로 복잡한 사태일까
잠깐 생각했지
엿차엿차 투망질로 그득 잡힌 물고기들
물살이 밀면 물살을 맞고
물살 멈추면 스스로 물살인 양 파닥여도
촘촘한 그물에서 멀리 가지 못하지
인생이 잠깐 여름 휴가 찾아와
민물 매운탕 끓여 먹는 청명 유원지에서
부디 심각하지 말아요, 이 멍청한
사진제공, 박지현문우... 오랫만에 멋진 사진 만났습니다... 배를 타고 저 바다로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