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10 서정주 <외할머니 뒤안 툇마루>
군산시 평생학습관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온택트 수업 “근대시인의 시 세계와 글쓰기”가 20주간의 수업으로 끝났지요. 1회기당 10회의 수업인데요, 회기가 끝날때마다 문학관을 찾았어요. 지난 봄에는 부안의 신석정 문학관, 이번에는 고창의 서정주 문학관을 갔는데요. 함께 간 문우들과 말복이었던 어제, 여행의 참 맛을 제대로 즐겼습니다. 영양만점의 한방삼계탕도 먹고, 친일문학인으로 대표되는 서정주 시인의 다른 모습도 공부하면서요.
고창 서정주 시문학관 탐방. 그의 첫 시집 질마재의 신화가 살아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2001년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고, 고창군의 지원하에 2001년 11월 3일, 미당의 중앙고보 재학시절 광주학생의거에 참여한 것을 기념하여 개관하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미당 서정주의 친일 및 군부독재 찬양 등 그의 역사적 반 행적을 염두에 두고 개관일에도 의미를 부여한게 아닌가 합니다.
문학관은 총 6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길게 뻗은 가로형 초등학교 건물 상에 우뚝하게 선 6층 탑이 있는 형태입니다. ‘우리말의 가장 아름다운 시를 간직한 미당시문학관... 친일 시까지도 가감 없이 전시해 놓은 문학관...’이라는 말처럼, 문학관 한 층에서는 그의 일제찬양이나 독재 군부 찬양을 숨기지 않고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살아서 자신의 행적에 대한 진정한 참회를 다 하지 못해 후손들이라도 대신 전하고 싶은 마음을 전시한 듯했어요.
올해가 서정주 시인의 1집 <질마재의 신화, 1975년 출간> 탄생 50주년 기념으로, 문학관에서는 1층에 특별관을 준비하여 시집 속 대표 시들을 전시하고 있었어요. 함께 간 문우가 들려주는 시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를 들으며, 시인 생전에 주장했던 현실찬양을 이렇게 순수한 어린 시절이 덮어주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안타까움도 있었구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방대한 문학사적 기량을 가히 제 말로는 형용할 수 없습니다. 글을 공부하는 분이라면 ‘미워도 다시한번’ 이라는 심정으로 한번 가보시길 강추합니다.
서정주시인의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 서정주
외할머니네 집 뒤안에는 장판 지 두 장만큼한 먹오딧빛 툇마루가 깔려있습니다. 이 툇마루는 할머니의 손때와 그네 딸들의 손때로 날이날마닥 칠해져 온 것이라 하니 내 어머니의 처녀 때의 손때도 꽤나 많이 묻어 있을 것입니다마는, 그러나 그것은 하도나 많이 문질러서 인제는 이미 때가 아니라, 한 개의 거울로 번질번질 닦이어져 어린 내 얼굴을 들이비칩니다.
그때, 나는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되게 들어 따로 어디 갈 곳이 없이 된 날은, 이 외할머니네 때거울 툇마루를 찾아와, 외할머니가 장독대 옆 뽕나무에서 따다 주는 오디 열 매를 약으로 먹어 숨을 바로 합니다. 외할머니 얼굴과 내 얼굴이 나란히 비치어 있는 이 툇마루에까지는 어머니도 그네 꾸지람을 가지고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채영숙문우의 낭송
질마재신화 전시관
친일시 전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