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13

2025.8.9 박종영 <초가을 냄새>

by 박모니카

’ 여름은 진정 끝났는가’ 입추라는 두 글자에 움츠려 들어 자기도 모르게 싸늘한 입김으로 숨 쉬던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지르네요. “말복이야. 아직 죽지 않았어.”라고요. 후손들의 안녕과 건강을 생각하여 복달임 한번 더 하라는 선조들의 지혜에 고마울 뿐이죠. 오늘 따뜻한 먹거리로 진짜 싸늘한 가을 ‘처서’가 오기 전 보양의 시간 갖길 바라요...


올해 봄부터 여름까지, 20번의 온택트로 만나는 근대시인의 세상 바라보기 공부가 있었는데, 오늘이 2기 마지막 수업이군요. 그동안에 김소월, 백석, 한용운, 신석정, 윤동주, 김영랑, 정지용, 서정주를 만났습니다. 한 회기가 끝날 때마다 문학관 탐방도 겸했는데요, 지난 봄학기는 신석정 문학관(부안), 오늘은 서정주 문학관(고창)을 다녀오려 합니다.


그동안 문우들과 공부하면서 그 어떤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보다도, 재밌게 폭넓게 시를 사유하고 토론하고 창작하는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사람들의 문학에 대한(특히 시분야) 생각의 공간을 넓혀주는 역할에 충실한 저 역시도 참으로 많은 배움의 시간이었지요. 올해 제가 세운 온택트 수업은 총 3기. 이제 가을에는 새로운 근대시인 4-5인방을 만날 예정입니다. 이 기초과정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현대시인들과의 만남으로 공부하게 되겠지요.


얼마 전 남동생이 말하길, ‘사는 게 뭐 별거 있는가. 공부하라고 너무 쪼지 마소. 다 잘 살 수 있더구먼.’이라며, 본인의 딸이자 제 조카인 아이들 두고 건넨 한마디가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씁쓸한 마음이었는데요.... 거꾸로 저는 문우들에게 말하고 싶지요. ‘사는 게 뭐 별거 있나요. 안 해본 거 해보는 재미가 진짜 재미고, 진짜 세상공부죠.’라고요.


오늘은 2기 총평의 시간으로 문우들이 창작시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만났던 시인들과 자신에 대한 찬양의 시간도 오고 가겠지요. 제가 봐도 참 대단하고 대견한 문우들이십니다. 부디, 이런 공부시간을 토대로 좋은 글 많이 쓰시면 좋겠다 바랍니다.^^ 얼마 전 <입추>라는 시를 쓰신 안준철 시인은 이렇게 말씀하셨네요.

- 끝물일 줄 알고 찾아간 연밭에서 / 꽃들의 환호에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 얼른 늦둥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 표정 관리를 해야만 했다// (후략)... -

주말인 오늘 다가온 가을에만 환대하지 마시고, 굿바이하는 여름에게 서운하지 않게 작별하는 연습을 하시게요. 그래야 온전히 가을의 미학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박종영시인의 <초가을 냄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초가을 냄새 - 박종영


어느 하루 비어 있는 시간을 채우려

파란 빛을 찾아 나서던날,

길모퉁이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넝쿨이 서로 부둥켜안고

질긴 손 비비며 감싸고 있다

척박한 담벼락에서도 푸른 날의그리움을

손잡아주는 동행의 길인 듯

그 열기 데워지는 풋풋함으로 사방이 달콤하다

마치 그리운 날 뜨거운 가슴인 양

장작불처럼 활활 타오름은 어떤 연유일까?


가던 길 멈추고 다디단 냄새 흠흠거리니

뿌듯이 차오르는 이별이 눈가에서 시리다

그대는 아시는가?

바람의 휘하에서

풀꽃 향 도도하게 풍기는,

이토록 배부른 초가을의 냄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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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안준철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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