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12 클라프 <투쟁이 헛되다고 말하지 말라>
K문화, K음식, K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Korea의 K는 어떤 말에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세계화되어 고유명사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영화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해요. 저도 일부만 보았는데, 영화에 나오는 우리나라의 음식들 -컵라면, 새우깡, 김밥, 핫도그, 냉면, 불닭소스, 설렁탕, 호떡, 어묵, 순대 등- 뿐만 아니라, 미국영화인데도 우리나라의 말과 그 표현이 상당히 많이 나오죠.
그 덕분에, 전 세계인들이 우리나라로 여행하거나 계획하는 빈도수가 대단히 늘었다고 하고요. 여행업은 물론이고 관련 문화산업의 상승도가 가파를 정도라고 하네요. 분명 같은 대한민국일진대 지도자 하나가 바뀌니 나라안 사람들이 모두 되살아난 듯, 활기가 넘칩니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청산하지 못한 망령들이 있지만, 8.15 광복절 특사결정을 보면서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 사회의 모습을 봅니다.
시대와 사람의 정신이 혼란할수록 시(poem)가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데요, 어제 이종민 교수의 영미시 특강(삼례책마을) 4회를 마무리하면서 그분이 했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시 읽기는 우리 삶이 힘들 때, 좀 더 견디도록 해주는 장치이다’라고요. 지난 12.3 내란 이후, 지금까지 매일 시 읽기를 해온 ‘봄날의 산책 시 편지 독자’들께서도 ‘견디다’라는 말의 뜻을 잘 헤아리실 거라 믿어요.
어제는 아써 휴 클라프(Arthur Hugh Clough, 1819-1861)의 <투쟁이 헛되다고 말하지 마라> (“Say Not the Struggle Nought Availeth”)라는 시를 배웠어요. 이 시의 배경에는... 19세기 중반 영국의 인민헌장운동(Chartist Movement)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때, 1848년 프랑스와 1849년 이탈리아에서 혁명이 실패로 마무리될 때, 두 나라의 진보적 인사들뿐만 아니라 영국의 많은 지식인들은 무위(無爲)의 철학에 매몰되어 운동의 뒷전에 물러앉아 ‘헛되고 헛되도다!’라고만 되뇌었답니다.
그 와중에 이런 허무주의적 회색인들을 질타하는 이가 있었는데, 그런 시인 중 하나가 클라프였고, ‘그래도 희망을 노래하련다’라는 '인간의 의지'를 표현한 시라고 해요. 지금 우리의 현실, 특히 내란 이후 우리 국민이 보여준 세계사적 K 의지와 어울리는 시 였어요. 깨알 같은 사담으로, 어제 오후 비가 많이 와서, 마지막 수업을 갈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정말 가길 잘했다고 생각한 이면에 이 시의 울림이 있었답니다. 늦은 밤 돌아오는 길, 하늘엔 내일의 희망을 선지하는 고요가 가득했거든요. 오늘은 영시하나 함께 읽어봐요. 클라프시인의 <Say Not the Struggle Nought Availeth>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Say Not the Struggle Nought Availeth - Arthur Hugh Clough
Say not the struggle nought availeth,
The labour and the wounds are vain,
The enemy faints not nor faileth,
And as things have been, things remain;
If hopes were dupes, fears may be liars;
It may be, in yon smoke conceal'd,
Your comrades chase e'en now the fliers―
And, but for you, possess the field.
For while the tired waves vainly breaking
Seem here no painful inch to gain,
Far back, through creeks and inlets making,
Comes silent, flooding in, the main.
And not by eastern windows only,
When daylight comes, comes in the light,
In front the sun climbs slow, how slowly,
But westward, look! the land is bright.
투쟁이 헛되다고 말하지 마라 – 아써 휴 클라프
투쟁이 헛되다고 말하지 마라
모든 노고와 상처가 허사일 뿐이라고
적은 기운이 빠지거나 약해지지도 않았으며
상황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라고.
희망이 쉽게 믿는 얼간이의 것이라면, 공포는 거짓말쟁이의 것,
아마 저 연막 뒤에서는
그대의 전우들이 지금도 패주자를 추적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대와 같은 자들이 없었다면 이미 승리를 했을지도 몰라.
지친 파도가, 헛되이 부서지며 애를 쓰고 있을 때
이곳에서는 한 치의 땅도 점령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저 내륙에서는, 하구와 후미진 만으로 전진하면서
대양이 조용히 밀려들어오고 있지 않은가?
햇살이 들어올 때
빛이 동쪽의 창으로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니,
전면에선 태양이 천천히 솟아오르지만 (얼마나 느린가!)
보라, 뒤쪽 서편의 대지는 이미 밝게 빛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