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아침편지 117

2025.8.13 황순원 <8월의 노래 - 태양에게 불러 보내는 詩>

by 박모니카

몸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지요. 보통 집이라는 형태인데요. 그 집이 자가이든지, 전세, 월세 등의 다양한 조건이 있지요. 우리나라 사람은 특별히 자기 이름의 집 소유의식이 강한데요. 현 대통령도 아내가 공동명의를 요청했을때 ‘내가 당신 거잖아. 누구 집으로 되어 있는 것이 뭐가 중요해...’라며 코믹한 대사를 주고받는 영상을 본 적이 있지요. 사실 저도 결혼 후 제 이름으로 된 물건(집이나 차 등...)이 없이 살다가. 현재 책방을 처음으로 제 이름으로 만들었지요. 살고 있는 집은 월세이지만요.^^


아침부터 ‘집 소유’에 대한 얘기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살아서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과 죽어서 머물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떻게 다를까. 오늘은 15년 전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의 집을 옮기는 날입니다. 지금의 집에서도 지금까지 자손들이 무병하게 보살펴주시면서 잘 계셨다고 믿지만, 막상 엄마의 마음은 좀 다른가 봅니다. 올해는 윤년이 있어서, 꼭 이장을 하면 좋겠다고, 연신 말씀하셔서 엄마의 뜻에 따라 형제들이 오늘 큰 일을 하는 거지요.


덕분에 제 사후의 집 모양도 생각해 보았답니다. 죽은 자가 미리 장소를 정해놓는다 해도, 자손의 마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어서, 아들에게 살짝 물어보기도 했지요. 긴 말을 나누진 않았어도, 지금의 제 마음은 남에게 피해를 덜 주는 방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구체적인 모습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런 생각을 해야 할 나이가 되었구나 싶군요. 중요한 것은 살아계신 엄마의 맘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이버지의 집이라면 그저 좋을 뿐입니다.


아침저녁, 제법 선선하지요. 입추가 알아서 가을을 데려오고, 자연스럽게 얇은 긴 팔이 달린 옷들을 살펴보게 되고요. 중1학생의 한숨 속에 ‘벌써 방학이 끝나네. 진짜 시간 빠르다’라고 해서, 속으로 생각하길,, ‘너도 시간의 속도를 아는 것 보니, 어른이 되어 가는구나’라고 했지요.


나이 들수록 기억력은 반비례한다지만, 그래도 기억을 담아두는 공간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보고 손으로 써보는 일’이라고 합니다. 굳이 9월 가을을 기다릴 필요가 무에 있을까요. 바로 오늘부터 하면 되지요. 두꺼운 책 보기 힘드니, 가볍고 짧은 시집 한 권 들면 최고의 선택입니다. 소설 <소나기>를 쓴 황순원 시인이 <8월의 노래>라는 시도 썼군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8월의 노래 - 태양에게 불러보내는 詩


흐늑흐늑 대지를 물쿠는 8월의 태양,

나무닢 하나 까닥이지 않는 음울한 위기,

마림같은 삘딍의 하품 소리는

흙냄새 가득찬 이곳에도 찾어오나니.


농촌에서 도회에서 어촌에서.

꽉꽉 메여 나오는 겨레의 아우성 소래

진두까지 짓밟힌 비명은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일까


이글이글 끌른 冶爐의 쇠ㅅ물처럼

장부의 영롱에 서리운 피ㅅ줄기의 남어지로

힘잇게 올렷든 손꾸락은 건반을 눌럿으나,

영상에 올라 고함을 첫으나

피묻은 청춘혼의 부르짖음은 輓歌 보다도

더 애끗게 반주하는구나.


8월의 태양아 우리를 녹켜라

雄宏한 음향이어 우리를 넘어치라

우리는 참 일꾼은 조음을 바꾼 8월의

장엄한 노래로 너히를 놀래줄 것이다.

참고, <동광지,1932년 8월 발표>

사진제공. 박세원문우. 군산은파노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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