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18

2025.8.14 신경림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

by 박모니카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 일명 대필작가를 뜻하는데요. 대통령의 연설비서관들을 지칭할 때도 쓰인다네요. 민주정부의 대표적인 고스트라이터는 김대중대통령 때의 고도원작가, 노무현대통령 때의 강원국작가, 문재인대통령 때의 신동호시인 정도를 알고 있는데요. 현 정부에서는 누가 그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연설비서관이 여러 명이라네요.^^


이재명대통령 수락연설문의 기초를 도와준 사람이 고도원작가 였다는데요.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유명한 그가 청와대 퇴임 후 2001년부터 편지를 쓰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25년 차 아침편지를 쓰고 있지요. 어제는 최근 신작 <대통령의 언어>와 <누구든 글쓰기>라는 신간소개를 듣고 책 신청을 했는데요. 특히 김대중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구사하는 ‘언어의 공통점’에 대한 작가의 말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했지요.

한 나라의 리더는 분명 ‘언어의 힘’을 가져야 합니다. 민주정부 대통령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가 엄청난 독서력인데요. 대중을 위한 정치인으로서 진정성과 일관성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바탕에는 독서만큼 큰 무기는 없는 듯합니다. 게다가 두 대통령은 사선(死線)을 넘은 개인의 고난 서사가 있기에, 그들의 언어에는 감동을 넘어 자연 치유적인 위로와 희망의 언어가 있습니다. 또한 그들 언어와 표정에는 ‘한과 복수’가 없고 오로지 ‘현세를 넘은 초월의 표정’까지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고도원 작가의 말에 따르면,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하네요. 김대통령은 시적 상상력과 레토릭이 있었다고 해요. 아직까지는 이재명 대통령은 그런 표현에 다소 부끄러워한다고 하고요. 그러고 보면 두 분 모두 현실감각적 언어에 기초한 탁월한 연설가임은 분명하지만, 시적 요소를 공부하고, 사용하는 대통령의 언어가 더욱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하여튼 두 분 모두, 언어를 사용하는 잠재능력에는 그 한계를 모를 정도인 것 같아요.


사람이 아무리 외모가 못났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의 모습은 그 사람의 전체를 나타냅니다.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 말의 모양새가 험악하더라도,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고, 몸으로 체득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결국 삶의 과정 안에 있고 그것은 사후에까지도 연결되어 그 사람을 기억하는 장치로 작동되지요. 어제 아버지의 이장을 마치면서 저도 속으로 고운 말, 희망의 말만 안겨드리고 왔습니다. 신문 보기와 김대중을 좋아하셨던 제 아버지와 나누었던 대화를 생각하면서요... 신경림시인의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이런 내가 되어야 한다 - 신경림


일상에 빠지지 않고

대의를 위해 나아가며

억눌리는 자에게 헌신적이며

억누르는 자에게 용감하며

스스로에게 비판적이며

동지에 대한 비판도 망설이지 않고

목숨을 걸고 치열히

순간순간을 불꽃처럼 강렬히 여기며

날마다 진보하며

성실성에 있어

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보되

새로운 모습을 바꾸어 나갈 수 있으며

진실한 용기로 늘 뜨겁고

언제나 타성에 빠지지는 것을 경계하며

모든 것을 창의적으로 바꾸어내며

어떠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고

내가 잊어서는 안 될 이름을 늘 기억하며

내 작은 힘이 타인의 삶에

용기를 줄 수 있는 배려를 잊지 말고

한 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역사와 함께 흐를 수 있는

그런 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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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박세원문우. 선유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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