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16 박두진 <하늘>
광화문 광장에서는 지난 80년 동안 한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보여주는 화면설치와 국민임명식 준비로 분주하였습니다. 각 정부마다 펼치는 주관적, 일회성 행사라 하더라도, 어찌 됐든 국민이 대통령을 임명한다는 발상을 갖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주권시대라는 말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이순신장군상부터 세종대왕 상에 이르기까지의 길을 걸으며, 불과 몇 달 전 탄핵을 외치며 응원봉을 들었던, 우리 국민의 함성소리가 들렸던 장소가 이곳인가 할 정도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그곳에 가면 거대한 서점, 교보문보에 들어가는 일도 일종의 휴양식. 건물에 붙여둔 태극기의 물결만큼이나, 서점 안에서 사람들의 물결도 장장하게 흐르더군요. 서점이 단지 책만 파는 역할로서만 머물지 않고 하나의 문화소비장터로 자리 잡은 모습이 낯설지가 않아요. 심지어 서점 안에 있는 스타벅스는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처럼, 책만을 위한 공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서운했지만, 커피 들고 책 보는 개념으로 본다면 그것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싶었어요.
책방 한다고 10퍼센트라도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공급받다 보니, 다른 책방에 가서 책 사는 일이 많이 줄었는데요. 그럼에도 함께 간 아이들에게 광화문에서 책을 사는 순간을 기억하라고 책 선물도 하고, 최근 신간 책들의 배치도 살피고, 책 공간에서 힐링하는 사람들의 표정도 즐기고요. 서울 올 때마다 들러도 항상 새로운 공간으로 보여서 새 마음 다지기에도 좋았습니다. 제일 좋았던 것은 자가용 대신 기차 타고 순간여행한 재미있어요. 마음이 답답할 때, 이렇게 잠시, 백(bag) 하나 들고 다른 공기를 마셔도 좋겠다 싶었어요.
오늘은 제 책방에서 책방지기도 하면서 조만간 있을 군산 북 박람회 준비도 구상하고요. 책방에 새로 들여놓을 책 시리즈를 어느 출판사 것이 좋은지 살피는 등... 본업으로 되돌아옵니다. 또한 금년에 출간될, 말랭이마을 어머님들 이야기에 대한 세세한 형식과 개별 인터뷰 자료도 써두어야지요. 담주 월요일 1차 ㅣ팅때, 어머님들과 맛난 밥 먹으며 놀멍인터뷰 하기로 했거든요. 말씀이래도 저랑 공부할 때가 가장 행복했고, 하다만 한글공부 다시 하고 싶다고 하시니 고마울 수밖에요 ~~
오늘은 청록파 시인 박두진 시인의 <하늘>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하늘 –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론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내 마음이 익는다.
- 《해》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