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28

2025.8.24 박노해 <서성인다>

by 박모니카


인구감소지역으로 오르내리는 군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22년 전 군산으로 귀향할 때 순간이 떠오르곤 하는데요. 그 당시 약 27만여, 곧 30만을 바라보는 희망의 도시라는 말도 저의 귀향에 한몫했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청소년 단체 봉사활동을 지도하며 군산의 문화역사지를 참 많이 다녔습니다. 어제 수업 후 ’ 군산 야행‘ 행사 현장을 돌아다니니,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고 ’ 이렇게 사람들의 물결이 늘 흐르면 좋겠다 ‘ 생각했네요.


이번 2025 군산 야행축제(8.22-8.23 / 8.29-8.30 / 각각 6시-10시)는 ’ 군산 국가유산 야행‘이라는 제목으로 달고, 군산의 원도심 일대에서 빛과 소리, 예술과 이야기로 채워진 아홉 가지 야(夜) 테마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국가유산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시간대를 오고 가며, 갖가지 문화유산 관련 체험 및 먹거리, 즐거운 공연 등을 함께 관람할 수 있습니다. 말랭이에 몇 년째 있었어도, 아랫마을 상점에 들어가서 기웃거리기는 처음이었네요.


장신구를 파는 부스에서 우리 복실이 닮은 인형도 한 후, 이번 야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세관의 미디어 아트쇼를 보고요. 플루트음악단의 아리랑 연주, 난타공연단의 엄청난 장기, 대만에서 온 청년들의 춤사위 등으로 거리를 메꾸는 축제 속에서 두 시간여 걸어 다녔네요. 무엇보다 사람들의 밝은 표정을 보는 것이 좋아서요...


어제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모르는 사람부터 깊숙한 인연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난 날이었어요. 그럼에도 피곤하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그 사람들의 향기가 맑아서였으리,,, 생각하면서 귀가했답니다. 못본사이 쌓아놓았을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절로 사라지는 만남은 참 귀한 인연이니까요. 이제는 서로가 나이 들어가면서 기쁨도 아픔도 모두 다 함께 털어놓고 풀어야 할 나이가 되었음도 깨달았고요.^^


야행 1차가 끝나고 다음주 금요일 토요일, 저녁 6시부터 야행축제 2차가 진행되니, 밤 나들이 삼아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려요. 외지 방문객도 좋지만 우리 군산인들이 즐기면 더 의미 있는 축제가 되니까요. 이번 기회에 국가유산을 기억하자는 축제의 본 뜻도 헤아리고, 다양한 종류의 체험과 공연장에서 함께 율동을 느껴보시면 아마도 혹독했던 여름날이 미안해하며 어서 빨리 물러날 듯합니다. 오늘은 박노해 시인의 <서성인다>를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서성인다 – 박노해


가을이 오면 창밖에

누군가 서성이는 것만 같다.

문을 열고 나가보면 아무도 없어

그만 방으로 들어와 나 홀로 서성인다.


가을이 오면 누군가

나를 따라 서성이는 것만 같다

책방에 앉아도 무언가 자꾸만 서성이는 것만 같다

슬며시 돌아보면 아무도 없어

그만 나도 너를 따라 서성인다


산뜻한 가을바람이 서성이고

맑아진 가을볕이 서성이고

흔들리는 들국화가 서성이고

남몰래 부풀어오른 씨앗들이 서성이고

가을편지와 떠나간 사랑과 상처난 꿈들이

자꾸만 서성이는 것만 같다.


가을이 오면 지나쳐 온 이름들이

잊히지 않는 그리운 얼굴들이

자꾸만 내 안에서 서성이는 것만 같다.

8.24야행7.jpg 군산근대역사박물관정원
8.24야행5.jpg 군산세관본관(미디어아트 전)
8.25야행6.jpg 군산세관본관(미디어아트 중)
8.24야행3.jpg 히로쓰가옥 앞 샌트아트...
8.24야행4.jpg 가족단위 체험객들이 많아요.. 저도 살짝 모래가루 만지며~
8.24야행1.jpg 복실이 닮은 모루인형 구매
8.24야행2.jpg 흥천사 옆정원에서 플룻연주인들이 아리랑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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