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25 박노해 <살아있는 실패>
’ 나는 신이다 ‘ 라며 자신을 신적 존재로 일치화시키는 이들, 일명 사이비 종교인들의 행태를 담은 다큐멘터리 8부작(넷플리스)으로 나온 영상에는 대표적 사이비 교주들이 등장하고 있네요. 정명석(JMS),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등을 포함한 인물들에 대한 다큐를 영상화한 것이군요. 물론 저는 아직 한 편도 시청하진 않았지만, MBC PD수첩에서 방영했을 당시,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기에, 어떤 내용인지는 대강 알고 있지요.
게다가 박근혜정권, 윤석렬 정권에서 숨은 공로자(?)로 드러난 신천지나 통일교와 같은 종교단체들의 정치화를 보면서 종교를 갖는 것이 극히 ’ 개인적, 주관적 일‘의 범위를 벗어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릅니다. 잘못 된 종교인들의 신격화와 대중들의 추종현상이 이 사회를 얼마나 파탄에 빠지게 하는지를 고민할 때입니다.
같은 넷플리스에서 방영한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란 드라마에서 마지막 회에 이런 내용이 등장합니다. 사회 초년생 20대 청년이 취업시험에 불합격을 한 후, 엄마에게 유서 한 장을 쓰지요. 이걸 본 천당의 센터장이 지상으로 내려와, 애완견 한 마리를 그녀의 집 앞에 두어요. 마지막으로 남은 돈(2 천원도 안 되는)으로 번개탄을 사러 간 청년은 강아지가 생각나 작은 소시지하나를 사서 먹이지요. 그런데 자꾸 강아지가 안기는 거예요. 청년은 진짜 ’ 신‘을 만난 겁니다. 편의점에 쓰여 있는 ’ 알바구함’에 응하고 강아지를 안는 장면에서, 저는 정말 울컥했습니다. 이 사회의 약자들에게 생명을 안겨준 강아지가 바로 신입니다.
신은 우리 인간에게 생명과 행복을 주는 존재이지, 타락과 불행을 주는 존재가 아니며, 결코 저 멀리 하늘에서 손짓하는 존재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이웃에서 손을 잡아주는 존재입니다. 어제 미사에서는 유독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요, 특히 공동체를 이루는 종교 안에서 나의 존재가 가야 하는 방향을 성찰하는 시간이었답니다. 오늘도 박노해시인의 시 한 편 더 들려드려요. <살아있는 실패>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살아 있는 실패 – 박노해
나는 실패
살아 있는 실패
사랑도 명예도 혁명도 실패
나는 실패 덩어리다
실패가 싫은 모든 이들이 나를 싫어하고
실패를 죽이고픈 모든 자들이 나를 추격하여
나는 사람들 눈에 띄지도 않는
검은 숲과 광야와 골짜기를 떠돈다
나는 실패
고독한 실패
홀로 어둠의 심연에서 실패를 반추하며
나는 세계에서 추방당한 반신반인이다
나 또한 사람 사는 세상으로
귀환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실패 없이 해내는 길이 있다면
지금까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실패 없이 맛볼 수 있다면
나는 실패
다수의 실패
양극화의 골짜기를 떠도는 피투성이 실패의
고독한 외침
오 누가 나에게 알려다오
상처 없이 사랑하는 법이 있다면
어둠 없이 아침이 밝아오는 길이 있다면
패배 없이 혁명이 걸어오는 길이 있다면
나는 실패
모두의 실패
나는 혼자지만 누구에게나 있고
나는 유배당한 자이지만 어디에나 있다
내 모든 삶의 이야기와
내 모든 사랑의 노래와
내 모든 깨달음의 빛은 실패에서 나온다
나는 실패
살아 있는 실패
그 무엇도 죽어 못하는 나는 웃는 실패
실패들이 품어 기른 최후의 희망이다
서천 송림 앞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