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26 천양희 <너에게 쓴다>
새벽 4시, 천둥소리에 창문으로 툭툭, 이마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고 눈이 떠졌습니다. 그리 큰 나라도 아닌데, 자연재해를 두고서도 분리거리가 커서, 요 며칠 따가운 더위에 반가운 손님이라고 말하기도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이렇게 내리는 비 덕분에 공기가 금세 시원해짐을 느낍니다. 아마도 가을이 오기 전 예행연습하며 사람들의 마음에 계절의 가고 옴과 그 변화를 준비시키는 듯하지요.
오늘은 빨간 고추를 따러갈까 계획했는데,,, 아무래도 한 알이라도 더 영글어서 내보내고 싶은 것이겠지요. 채반에 가득히 말려놓은 고추를 볼 때마다 넓어지는 마음, 마치 시원한 여름 하늘에 보송 거리는 흰 구름송이 같이 한없이 노닐고만 싶군요. 고추 한 알 들고 하늘 한번 보는 제 모습이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번 보는 병아리 마음 같기도 하고요.
신중년의 부부가 새벽부터 앉아서 나누는 말, 저 천둥에 대추 한 알 크고, 저 번개에 대추 또 한알 크고, 세상에 부질없는 것이 없으니, 시인이란 존재는 참 대단하다...(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구절을 생각하면서요. 시는 못써도, 듣고 읽은 바는 있어서 이런 묘한 새벽 밑그림에 대추나무에 달려 빨갛게 익어갈 대추알을 생각하네요. 항상 먹거리엔 진심인 저는 올 가을 만날 대추알을 가지고 무얼 할까 고민하면서요.^^
책방 4년 차인데, 생각해 보니, 책방 종이가방 하나 없어서, 펜화 그리는 분께, 디자인을 부탁했는데요. 오늘은 펜화 그리는 지인들의 만남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없다는 핑계로, 책방에 꾸며지는 그림이나 만들기 부분만큼은 늘 지인들의 도움을 받고 있네요. 펜화 도안 잘 받아서, 봄날의 산책 책방가방 하나 만들어지면 선물도 드릴게요.
구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꽃잎이 피는 소리 꽃잎이 지는 소리
가로수에 나뭇잎은 무성해도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은 지고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디선가 부르는 듯 당신 생각뿐
가수 패티김이 불렀던 <구월이 오는 소리, 이유 작사, 길옥윤 작곡, 1967>가 들려오는 듯하고, 산책길에 만난 아주 작은 꽃잎들이 피고 지는 소리 역시 들리니, 분명 가을의 출발 호루라기 소리가 이미 번져나간 듯하지요. 그렇다고 너무 쓸쓸해하지만 마시고, 외로움의 또 다른 얼굴은 그리움이니 오늘은 그 얼굴을 더 많이 내미는 시간으로 만들어봐요.^^ 천양희시인의 <너에게 쓴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너에게 쓴다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맨발 황토길에서 만난,,, 노란 고추나물꽃(제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잎이 얼마나 노란빛을 쏘아주던지^^)
https://youtu.be/2uUbJnW8iZ4?si=nM6vOVcRPEg5Py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