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30 박노해 <꽃꽂이>
팔월 마지막 토요일, 오늘, 군산에는 큰 행사가 두건이나 있네요. 하나는 ’ 야행‘, 또 하나는 ’ 북박람회‘입니다. 야행은 지난주에 이어 저녁 6시부터의 밤 오락 행사로, 군산의 근대역사 돌아보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야식과 각종 상품걸이와 함께 방문객들의 발길을 기다립니다. 오늘과 내일 열리는 군산 북박람회(BOOK FAIR)는 작년의 성황보다 더 큰 기대를 가지고 준비한 행사겠지요. 저는 책방이라, 이 행사에 참여하여 사람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어제 준비현장인 군산시민문화회관을 사전 답사했어요. 작년과 같은 장소에서 하다 보니,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협소한 공간, 지역책방에 대한 홀대가 눈에 뜨이네요. 주 무대공간인 1층에서 벗어나, 군산만의 공간이라고 만든 3층... 흠 왠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듯한 느낌의 공간배치는 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또 하나, 책상하나 더 설치하는 것이 그리 큰 예산이 드는 일이라 하고, 그래서 두 팀이 한 책상에 자신들의 물건을 올려놓아야 하니, 행사가 시작도 전에 그냥 물러나고 싶었답니다.
톨스토이 작품 중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를 떠오르게 하는 순간, 저도 어느 문우(나이 지긋한...)의 책상 땅 차지에, 그것도 소리 높여 말하는 그분의 태도에 화가 나서, 일순 말을 직선적으로 던지고 나니, ’이런 유치한 짓거리를 해야 되나??‘라는 생각만 들고요. 정작 잘못은 행사를 주관하는 군산시 관계자들의 근시안적인 행동에 있는데, 빵 한 조각 던져 준 것을 서로 먹겠다고, 덤비는 가난한 자들 같아서 참 우울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일이 돌발될지... 그것도 쬐끔 걱정되고요. 행사개관식을 알리겠다고 오는 군산시장의 발걸음에 제발, 외형이 아닌 내면을 바로보는 진정성이 깃들길 바랄 뿐입니다.
하여튼 이런 심정을 가지고, 오늘의 행사에 참여합니다. 저의 마음이야 어쨌든, 행사장에 오시는 손님들은 독서문화의 소재로 볼거리가 제법 많다고 합니다. 전국에서 120여 출판사와 책방, 독서관련자들의 책자랑 소리로 북적북적할 테니까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1층에만 머물지 마시고, 군산의 주인인 군산책방들이 모여있는 3층에도 꼭 들렀다 가시면 더 좋겠다는....^^ 참고로 저는 오늘 오후 5시까지만 부스지기 할 예정이니, 혹시 제가 보고 싶으시면 후다닥 오셔서 수다 한번 떨어보시게요... 박노해시인의 <꽃꽂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꽂이 – 박노해
그대가 먼 길 오신다기에
오래된 방을 쓸고 닦고 치우고
찻잔을 몇 번이나 헹궈두어도
노을이 물들도록 오시지 않아
창가를 서성이다 괜스레 슬퍼져서
산길을 걸어 올라가
꽃망울 진 가지를 꺾어 옵니다
어둠이 내린 방 안에 홀로 앉아서
하얀 수반에 학처럼 목을 빼 든
꽃가지를 다듬어 꽂아봅니다
가장 긴 꽃가지는 가운데 세우고
이를 따르는 가지는 왼쪽에 비스듬히
제일 작은 가지는 오른쪽에 조화롭게
자연스러운 삼각형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꽃가지를 꽂아 세웁니다
꽃 한 송이 한 송이에도 얼굴이 있어
서로 얼굴을 정면으로 향하지 않게
꽃송이끼리 수줍은 듯 살짝 틀어서
쓸쓸한 듯 다정하게 꽂아 봅니다
창가의 책상 위에 꽃그릇을 올려두고
말없이 바라보다 밤이 깊어갑니다
정녕 그대와 나 사이에 무엇이
어긋나고 잘못되어 온 것일까요
우린 서로를 너무 정면으로 마주 봐온 걸까요
우린 나란히 너무 앞만 바라본 걸까요
그대와 나는 함께 가야 할 목적지를 앞에 두고
삼각형을 이루며 서로 수줍게 살짝 틀어
걸어오지 못한 건 아닌지요
홀로서도 충만하지 못한 자는
함께 있어도 그윽하지 못함을 알면서도
세상 구석에 버려진 아이처럼 쓸쓸해
꽃가지에 눈물을 떨구고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