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35

2025.8.31 나희덕 <산속에서>

by 박모니카

숲을 걷노라면 서 있는 나무들의 형상이 마치 물구나무 운동을 하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많은데요, 점점 줄어드는 인구를 가진 대표적인 도시, 군산을 보면서 어느 드라마에서처럼, 나무들이 사람으로 변한다면...이라는 환상을 꿈꿔본 적도 있었답니다. 그만큼 사람의 힘이 주는 에너지가 필요했던 거겠지요. 작년에 내란사태라는 극악의 사건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한강작가의 노벨상수상, 우리 K문화에서 문학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획기적인 사건이 있어서 우리의 독서문화에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있지요.


작년에 처음 문을 연 ’ 군산 북 박람회‘는 그 여파로 인해 기획 탄생한 행사인데요, 군산의 책방 몇이 모여서 한 행사치고는 어마어마한 군산문화의 사건이었다 말할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모 기사에 ’ 군산이 살아났다 ‘라는 표제어로 글을 썼을까요. 그래서 이번 2회 북박람회에 거는 기대가 더 컸지요. 군산시가 욕심이 났던지,, 이번 행사를 주관한다고 해서 더 열성적인 회의와 아이디어가 오고 갈 줄 알았는데, 행사 오픈 날까지, 책방들은 소리 없는 이메일을 통해서 ’ 찌이익...‘하는 글자 한 두 문장으로 통보만 받았답니다.

’ 봄날의 산책 자리는 6번‘

’ 책상 하나에 두 단체물건 비치‘

’ 군산 책방에서 책사면 선물증정‘... 알고 보니, 10cm 플라스틱 책갈피 하나.

’ 군산빌리지 만들어주니, 모두 3층으로 결정‘


어제도 제가 이 행사를 두고 군산시의 행정처리에 불만을 쓴 것 같은데요. 저야 아무런 사적 이익을 취할 맘이 없고, 또 누가 공무원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전할 일이 없을 테고요. 하물며 시장은 더더욱 알지도, 또 알면서도 모른 체 해야 맘이 편하겠지 싶어서 오늘도 또 몇 자 쓰게 되는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 주인의 생각과 태도 그리고 행동‘입니다. 군산시 북박람회의 주인 역시, 군산책방과 군산시민이지요.

어제 행사장 1층(군산 책방을 제외한 외부책방부스)에 쏟아진 인파를 보면서 시관계자 들은 화려한 성공을 운운하겠지만, 저는 매우 씁쓸했지요. 간식으로 먹으로라고 준 단팥빵 1개, 하물며 그 속에 안고 없는 밋밋한 빵 같은 박람회 같아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열심히 행사장에서 놀았습니다. 제 책방은 제 지인이 맡아주고, 저는 다른 부스홍보하며, ’ 느린 우체통‘이라는 주제로 한 편지 쓰기를 독려하고요.


하루 종일 서서 종종거렸더니, 얼마나 다리가 부었던지, 밤늦게까지 수업하고 돌아와, 그냥 곯아떨어졌네요. 습관이 되어 맞이하는 새벽, 어제를 되돌아보면서 다시 한번 ’ 사람의 힘‘을 기억합니다. 저의 행사를 빛내주러 오신, 많은 지인 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빈손으로 오셔도 행복한데, 바리바리 먹거리 챙겨 오셔서 나눔 하게 하시고, 격려의 말씀 주시고요. 정말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잘못 발설할 일이 넘쳐서 실수 투성이었을 저의 또 다른 추억의 시간들. ’ 좋은 사람과의 인연‘은 이 세상에서 분명 저를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게 하는 특효약임에 틀림없습니다.


어제 시작 전 마음 같아서는 오늘 부스 오픈을 안 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단 한 사람이라도 제 책방과 군산빌리지에서 즐기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좋아서, 오늘도 오픈합니다. 전체적으로 북박람회는 11시-오후 6시이고요. 노쇠하는 군산에 젊은 청년들이 대거 몰려와 책과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며 오늘의 행사까지 협조하여 마무리할까 합니다. 더불어 오늘 종교활동 하실 분들, 점심 이후 발걸음 옮겨 독서산책하시고요, 무종교 인 분들, 방콕보다 더 좋은 책방으로 오셔서 130여 개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부스 산책 한번 해보세요. 사람 많아서 돋때기 시장 같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백색소음에서 느끼는 고요도 있답니다.^^ 이번에 오신 나희덕 시인의 <산속에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산속에서 – 나희덕


길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같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1층 행사현장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3인방, 한길문고, 예스트서점, 양우당...홍보부스 지켜드려요. (이분들, 바쁘신가봐요^^)
봄날의 산책을 찾아... 근대시인의 시집을 구매하시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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