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36

2025.9.1 안도현 <9월이 오면>

by 박모니카

구월이 왔습니다. 오지 말란다고, 좀 더디 오라고 말을 한다고 해서 어디 말을 듣겠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힘 있고 거침없는 시간의 물결 타고 제 알아서 잘도 왔네요. 편지글에 숫자 9를 쓰려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푸념하는 거지요. 어제까지 8월이 제게 베풀어준 은혜가 그리워서 일 겁니다. 지나가는 모든 것은 그리움이자 외로움이 되니까요. ^^


군산 북 박람회를 잘 마쳤습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사람이라서, 사람이 모여서 가능한 일을 군산 책 문화공간. 여러 할 말은 많지만, 뭐 제 목소리에 굳이 힘을 싣는다고 변화되는 일도 아니어서, 현장에서 나타난 한 가지 모습에 방점을 찍습니다.


’ 사람의 어깨를 부딪히고 눈을 마주하고 부산하게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고귀한 일이던가 ‘


어제는 ’ 시를 엄청 사랑한다 ‘ 고등 남학생과 중학 여학생을 만나서 그들이 시를 대하는 자세와 꿈을 듣는 시간이 참 좋더군요.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은 꿈이 없다 말하는데, 이 친구들은 시인 윤동주가 좋아서, 그가 다녔던 00 대학에 가고 싶다 말하고, 시인 이상과 백석의 시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말하는 걸 보면, 분명 특별한 재주를 가진 아이들임에 틀림없다 생각했어요. 이렇게 확고한 주관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걸 보면서 뭔가 하나는 해 낼 수 있겠구나 싶었네요.


2일 동안 일부러라도 찾아와 주신 지인 들께 감사드리며 덕분에 참 즐거웠어요. 특히 군산 문입협회 작가님들과 이런저런 깨알 같은 수다가 만들어준 인연의 줄... 분명 제게는 든든한 동아줄이 될 것 같은 예감. 지역에서 인생의 선배들을 잘 만난다는 일이 중요하니까요.


달의 첫날이 월요일과 마주치면 왠지, 출발선이 더 분명한 느낌이지요. 오늘은 학원 청소라도 좀 하고, 첫날 만날 학생들을 위해 간식이라도 만들어야지 싶군요. 열두 달 중에 아마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구월, 찾아온 손님과 합일되어 멋진 성찬 이루도록 또 노력해 봐요. 구월이면 생각나는 시, 안도현 시인의 <9월이 오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9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만들어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9.1 9월첫날1.jpg 노랑책 커버가 돋보이는 시집코너~
9.1 9월첫날2.jpg 방문객들이 써준 기억나는 전국 동네책방... 봄날도 몇 장 건졌어요^^
9.1 9월첫날3.jpg 군산시민연대, 강태호대표님의 시집보는 안목,,, 급 칭찬하며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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