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37

2025.9.2 이경아 <사람의 향기>

by 박모니카

첫날부터 전주에서 꼭 듣고 싶은 강의가 있었는데도, 첫날이라 학생들에게 새 맘을 주고 싶어서 하루 종일 학원의 문지기로 자리 지켰어요. 청소를 한 표시나 났던지, 학생이 들어와서, 뭔가 달라졌다고 묻기도 하고, 예약 없던 상담도 하고요, 무엇보다 간식으로 준비한 떡볶이에 대한 평에 엄청 후한 점수를 얻고 나니, 학원 콕하길 참 잘했다 싶었던 어제 하루...


음식 하기를 좋아하는 저는 아마도 엄마를 닮아서인지, 시간이 나면 무슨 음식을 만들어볼까 하고 둘러봅니다. 어제도 같은 떡볶이지만, 좀 더 색다른 맛과 색을 내고 싶었지요. 젊은 날 서울 잠실 근처에 살았었는데, 그곳 잠실시장에서 아주 유명한 떡볶이 집의 비결이 바로 약간 달콤한 춘장맛과 색의 떡볶이였는데요. 저도 참 많이 먹었었답니다. 지금도 그곳은 남아있을까... 생각하면서, 저는 유사한 색을 내고, 청양을 매우 잘게 다져서 매운맛을 곱게 만들고, 사골곰탕 팩, 그리고 매실즙 등을 준비하여 만들었지요. 아니, 제가 먹어도 왜 그렇게 맛있는지!!! 한 컵 더 달라는 아이들 손이 예뻐서 신나게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지요. 어느 날 이 학생들이 제 학원을 생각할 때, 떡볶이 잘 만드는 원장님 이라고만 말해줘도 ’ 내 인생 성공이지 ‘라고 말이에요. 영어의 지식을 더 잘 쌓이려면 풍요롭고 따뜻한 마음으로 이어진 지혜가 따라와 주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아마도 오늘부터 시험보는 듣기평가에서 모두 약속한 성적을 받아올 거 같아요... 그러면 그때가 잘했다고 또 다른 음식으로 칭찬해주어야지요^^


밤에 돌아와서 잠이 오지 않아, 박람회에서 구입한 군산시인 시집을 읽기 시작했지요. 한 책을 잡다 보니, 시간이 후루룩... 시인 한분씩 한 작품씩 음미하며 읽었습니다. 어떤 시집이든 꼭 한 두 편 이상, 좋은 시가 있거든요. 지역의 문인들이 어떤 글을 쓰는지, 우리가 독자들이 되어 그분들의 글에 애정을 주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도 좋은 시를 많이 발견했습니다. 오늘은 그중 하나, 이경아시인의 <사람의 향기>입니다. 혹시나 시집을 가지고 계신다면, 찬찬히 다시 한번 읽어보심을 추천드리고 싶군요. 봄날의 산책


사람의 향기 - 이경아

사람의 향기가

백년을 갈수 있다면

어떤 향기로운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삶을 꽃피워 열매로 익어가는 시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은

언제나 지극해서

향기 좋은 위로가 되고

굽어진 등

가만히 쓰다듬어주는 것도

그윽한 눈빛 밝히는 꽃불로 피어나지


시간 쌓아가는 틈마다

가슴에서 걸러내지 못하는

말도 줄여

따뜻한 마음으로 다듬어가는 풍성한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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