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3 고영민 <9월>
새벽부터 남편친구분이 밤낚시를 했다고 갈치를 왕창 가져다 놓고 가는군요. 엄마 손이 불편하니까 그냥 다른 사람주자고 했는데, 그래도 장모님 드시게 하고픈 사위사랑인가?? 싶게 전화를 드리니, ’그나저나 색다른 게 먹고 싶었는데 어서 가져와라. 우리 김서방이 나 주고 싶어서 그러고만...‘이라는 말에 후다닥 길을 나서는 남편. 저는 뒤통수에 대고 말하길, ’어차피 가는 길이니, 당신이 엄마랑 다듬어주고 오면 되겠네. 나는 글 써야 하니까 못가.‘ 아마도 한두 시간 후면 싱싱한 갈치가 올 것이고, 그것 가지고 감자, 양파, 청양고추 넣어서 갈치조림 해 먹어야지...라는 생각에 갑자기 기분 좋아지는 아침입니다. ^^
어젯밤 동양고전 줌 수업 시간, <계몽> 편에서 들은 바, <구용(九容)과 구사(九思)>이라, 사람이 가져야 할 아홉 가지 몸가짐(구용, 九容)과 배움과 지혜를 구하는데 아홉 가지 생각(구사, 九思)을 실컷 들었어도 밤 사이 제 이치를 다 까먹고 도로아미타불하는 꼴이라, 마음의 양심이 꿈찔거리기도 하네요...
이왕 나온 말이니, 그 내용을 잠시 한자어 빼고 말씀드리면 이렇답니다.
'아홉 가지 태도(구용, 九容)' - 걸음걸이는 무겁게 하고, 손은 공손하게 가지며, 눈은 바르게 뜨며, 입은 다물고 있으며, 말소리는 조용히 하며, 머리는 곧게 들며, 숨소리는 정숙하게 하며, 서 있는 모습은 의젓해야 하며, 얼굴빛은 위엄이 있게 한다.
'아홉 가지 생각(구사, 九思)' - 볼 때는 환히 볼 것을 생각하고, 들을 때는 똑똑하게 들을 것을 생각하고, 안색은 온화하게 가질 것을 생각하고, 태도는 공손할 것을 생각하고, 말은 진실될 것을 생각하고, 일할 때는 조심할 것을 생각하고, 의심 날 때는 물어볼 것을 생각하고, 화가 날 때는 곤란하게 될 것을 생각하고, 이득이 생기면 의리를 생각해야 한다.
율곡 이이(李珥, 1536~1584, 조선시대 때 정치가, 교육가)의 『격몽요결 擊蒙要訣』에도 나와있고, 무엇보다, 어린아이들의 교육서인 <계몽> 편에서 이런 글을 배우게 한 선조들의 진의를 생각하게 하네요. 몸은 벌써 어른을 넘어서서 산지 오래 건 만, 이런 기초적인 것도 몸에 새겨있지 않으니,,, 오호 슬퍼라. 그래서 또 공부하는 것이 인생이구나!! 하는 절탄을 토해냅니다. 하여튼 오늘은 위 18가지 언사 중에서 한 가지라도 제대로 실천하는 날로 잡아야겠어요. 그래야 양심에 난 털이 한 번이라도 수그러 들어갈 테니까요. ^^
고영민 시인의 <9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9월 – 고영민
그리고 9월이 왔다
산 구절초의 아홉 마디 위에 꽃이 사뿐히 얹혀져 있었다
수로(水路)를 따라 물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누군지 모를 당신들 생각으로
꼬박 하루를 다 보냈다
햇살 곳곳에 어제 없던 그늘이 박혀 있었다
이맘때부터 왜 물은 깊어질까
산은 멀어지고 생각은 더 골똘해지고
돌의 맥박은 빨라질까
왕버들 아래 무심히 앉아
더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이윽고 저녁이 와
내 손끝 검은 심지에 불을 붙이자
환하게 빛났다
자꾸만 입안에 침이 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