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40

2025.9.5 박남준 <흰 부추꽃으로>

by 박모니카

’ 지리산 시인, 버들치 시인, 어린 왕자 시인...‘이라는 별칭을 가진 박남준 시인을 만났습니다. 저는 7년 전쯤, 공지영 작가의 <시인의 밥상>이라는 에세이에서 처음 시인의 존재를 알았는데요. 20여 가지의 음식을 만들어내는 시인을 두고, 사람을 살리는 밥상을 차리는 시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도다리 쑥국이나, 홍매화 그늘아래 녹두전 같은 음식을 만들고 공작가의 유수한 글솜씨로 표현되었던 시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시인은 영원한 홀로주의자를 자처하면서, 사회운동에도 깊이 참여하는 실천하는 시인입니다. 지리산 둘레길 순례, 일명 ’ 생명평화탁발순례‘나 세월호참사 관련 사회적 행보, 전국 산악철도 백지화 운동 등을 포함한 그의 양심 있는 행동과 실천은 그의 시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시인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 공동선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라는 답을 하는 시인입니다.

모악산 산골집을 거쳐, 지금은 경상도 악양 산골에서 산지 20년이 넘었답니다. 노래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매우 위트 있는 말씀, 참 매력이 넘치는 시인이지요. 어제 강연에서도, 매우 고요하고 부드럽게, 그런데, 매우 소신과 강단 있게, 자연 속에 인간의 더불어 살 수 있는 평화주의를 느끼게 하는 시인의 말씀을 듣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작년에 출간된 <안녕 바오>는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과 그곳에 살고 있는 어린 왕자들의 삶을 그려준 에세이입니다. 그 책의 수익금으로 그곳에 양철지붕(그곳에서는 양철지붕이 부의 상징이라고 합니다)을 가진 학교 건물도 세우고, 우물도 만들어 주었다고 하네요. 언제든지 어느 곳에서든지 빈손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사는 시인의 맑은 마음과 순한 웃음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함께 간 딸과 저, 그리고 책방 봄날의 산책은 그분의 멋진 싸인 하나씩을 받았습니다.


제 일상의 테두리는 ‘바쁨’이라는 테이프만 계속 돌아가는 것 같아도, 이렇게 시인들의 말씀 하나를 듣고, 그 속에서 씨앗하나를 건져 잘 발아시키면 어느새 저도 모르게 마음에 쌓였던 불순물이 정화되곤 하지요. 어제도 그런 시간이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박남준 시인이 누구인지, 어떤 글을 썼는지, 그의 시집을 넘겨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없이 행복해질 거예요. 아침편지 <따뜻한 얼음> <이름 부르는 일>을 포함해서 두세 번 정도 시인의 시를 올렸는데요, 오늘은 <흰 부추꽃으로>라는 시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흰 부추꽃으로 – 박남준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거린다 하루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깊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어떤 것 더 활활 타오르며

거품을 무는 것이 있다

몇 번이나 도끼질이 빗나가던 옹이 박힌 나무다

이건 상처다 상처받은 나무

이승의 여기저기에 등뼈를 꺾인

그리하여 일그러진 것들도 한 번은 무섭게 타오를 수 있는가


언제쯤이나 사는 일이 서툴지 않을까

내 삶의 무거운 옹이들도 불길을 타고

먼지처럼 날았으면 좋겠어

타오르는 것들은 허공에 올라 재를 남긴다

흰 재, 저 흰 재 부추밭에 뿌려야지

흰 부추꽃이 피어나면 목숨이 환해질까

흰 부추꽃 그 환한 환생

9.5박남준시인5.jpg 당신의 그리움이 먼 바오밥나무 가지에 별을 내걸었네... 봄날의 산책방께...2025.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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