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7 김기택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간밤에 군산에 내린 극한 호우량이 300mm에 달하네요. 특히 나운동과 문화동 일대 침수피해가 있다는데요. 나운동에 있는 학원일대를 아들이 영상으로 보내왔는데, 주변일대가 장난 아니네요. 몇 년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엄청난 피해가 있었는데요, 아직 바깥에 나가지 않아서 지금 어떤 상황인지 걱정됩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서너 시간 앉아서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글쓰기의 기본기 중 하나는 단문으로 쓰기와, 고쳐쓰기인데요. 제 글을 타인의 글처럼 읽으니, 어찌나 늘어져있고, 빈약하던지... 하긴 하루 전의 제 생각도 지금과 달라서 그때의 감정을 표현한 것을 보면 지극히 부끄럽고 거북하기 이를 데 없는데, 1년이 넘은 글들이야...
순간의 일화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해도 그때 그 느낌이 들어 있으니, 감정은 변하는 것, 지금의 감정물결 위에서 그 시절로 다시 노를 저어 가봄도 흥미롭고 당연한 일인 듯싶어요. 그래서 퇴고와 수정은 끝이 없고, 완성된 글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나 봐요.
중요한 것은 이 또한 즐겁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지요. 무슨 일이든 즐거움이 없다면... 고역이 될 터이고, 결과물 역시 고된 노동의 땀방울에 젖을 테니, 그때 나온 글들이 얼마나 슬플까 싶지요. 이번 기회에 예전의 글을 지금 시각으로 다시 읽어보고 고치기를 즐거워해야겠어요. 그 유명한 헤밍웨이도 <무기여 잘 있거라>라는 소설을 40여 번이나 고쳐 썼다니까요...
원래 오늘은 특별한 가지요리를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평소 사지 않던 요리책과 요리 에세이, 박찬일 셰프의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를 읽으면서 그의 말 ’ 음식은 추억에 색채를 입힌다 ‘는 말을 직접 체험하고 싶었답니다. 밤 사이 내린 비로, 가지나무의 가지들, 아직도 빨갛게 익을 준비를 하던 고추들이 그대로 살아있을지 가봐야겠어요. 밤이 되면 풀벌레들의 소곤거림을 들으며 가을을 덥석 물어온 그들을 직접 보고 싶은데요, 어젯밤에 우연히 이 시를 만났어요. 올 초에 시인을 만나 긴 대화의 창을 열었는데요, 김기택시인의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입니다. 함께 읽어보시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 김기택
텔레비전을 끄자
풀벌레 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서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여린 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들을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낸 현란한 빛이
내 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갔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카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공기 들이쉬니
허파 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배추를 살짝 불에 구운 맛과 새우가 들어간 파스타가 일품... 역시 맛난 음식은 무장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