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8 문태준 <바닥>
등 떠밀려하는 일이 있나요. 혹시나 묘한 편안함을 느끼신다면... 아마도 저랑 마음이 통할 거예요. 평소에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은 없다고 자신하지만, 때론 나도 남이 해보라고 하는 일, 어쩔 수 없다는 듯, 떠밀려하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할 때가 있지요. 어느새 떨어지는 낙엽 따라 가을이라는 말도 우수수 땅에 자리를 찾고 하늘보다는 바닥을 둘러보는 시간이 늘어나네요. 이럴 때는 에너지도 잠시 소강상태인지, 그냥 남들이 하는 일들을 구경하곤 하지요. 동시에 휴식 같은 분위기를 기다리고요.
주말 밤 내린 군산 강우량, 최고를 찍더니, 동네 곳곳에 물 젖은 물건들이 쌓이고, 남동생 가게에도 어김없이 할퀴고 간 폭우흔적. 푹 고개 숙인 동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고심하기도 하고, ’그래도 살아가는 것이니 가족과 네 삶에 책임지고 밝은 생각만 하거라 ‘라고 충고도 했네요. 저나 동생이나, 경제적 주체이다 보니, 자영업자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지요. 10년 차이나는 막내 동생, 어머니를 끔찍이도 공경하는 제 동생을 위해서라도 제가 더 단단한 누이가 되어야겠다 생각했네요.
9월의 일정표를 보니, 학생들의 중간고사 준비에, 곧 10월 내에 출간해야 할 책 자료들이 수북이,,, 뜻하지 않게 모 대학생들에게 영어동화 워크숍을 여는 일도 생기고. 좋아하는 시인들 말 들으러 갈 일도 늘어나고... 말랭이 마을 행사도 시작되고요. 가을은 문화를 즐기는, 특히 문학의 달인가 싶어요. 아무리 바빠도 저에게 상을 주는 맘으로 짬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어렵기도 하군요.^^
서두에 말했는데요, 사놓고 띄엄띄엄 읽은 책들이 많은데, 어느 문학팀의 프로그램 중 <책장 비우기 챌린지, 일명 책비>에 들어가, 등 떠밀어 주는 회원님들 덕분에 책 한번 읽어보려 해요. 최소 1권이라도요... 그 첫 번째 책이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입니다. 맘에 드는 부분만 골라서 읽다가, 결국 완독 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꼼꼼히 정독해보려 합니다. 오늘은 또 월요일. 어젯밤 귀갓길은 정말 가을바람 같았어요. ’또르르 또르르’ 우는 풀벌레 곤충 소리는 머지않아 귀뚜라미를 데려올 듯했어요. 재깍재깍 시계초침보다 더 빠르게 갈색 세상이 오겠지요. 좀 더 붉게, 뜨겁게 땀 흘리며 살고 싶은데요... 가는 여름이 너무 아쉽습니다. 문태준 시인의 <바닥>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바닥 – 문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
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가랑잎이
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
그대가 나에게
몸이 몸을 만질 때
숨결이 숨결을 스칠 때
스쳐서 비로소 생겨나는 소리
그대가 나를 받아주었듯
누군가 받아주어서 생겨나는 소리
가랑잎이 지는데
땅바닥이 받아주는 굵은 빗소리 같다
후두둑 후두둑 듣는 빗소리가
공중에 무수히 생겨난다
저 소리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 옛일이 되었다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