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9 나태주 <대숲 아래서>
은갈치(정확히는 어린 갈치니까 풀치라고 하지요)를 낚은 지인에게 샤인머스캣 한송이 주고 비응항 밤바다 바람 쐬고 들어왔네요. 요 며칠, 글 한 줄 쓰고 하늘 한번 보는 모습이 마치 병아리가 물 한 모금 물고 하늘 쳐다보듯이,,, 아무리 마음은 굴뚝같아도 눈의 시력이 안 따라주고, 써야 할 글의 양은 정해져 있다 보니, 귀갓길 지인의 호출에 저희 부부는 뜻하지 않은 밤 데이트를 했답니다.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은색 갈치. 그 빛이 얼마나 예쁘던지, 낚시꾼들이 이런 재미에 밤을 새우는구나 했어요. 그 밤중에 낚시점들이 거의 영업을 할 정도로 낚시에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네요. 역시나, 도로 한 켠을 줄지어 서 있는 자동차들의 행렬, 그 지점마다 밤바다를 비추는 부채라이트 형상 속에 소위 바다 강태공들이 진을 치고 있더군요.
친정아버지 덕분에 평생 생선을 먹고살은지라, 비싼 생선을 사려면 마음이 무거워, 안 먹고 만다.. 식으로 돌아서기도 하는데요. 최근에 요리책들을 보면서 만들고 싶은 요리 1번엔 늘 생선을 이용한 요리들이 있는 걸 보면, 제 본향의 맛에 자극이 달려있기 때문일 거예요. 이번에는 갈치젓갈을 담아볼까?? 가장 쉬운 요리법이라, 왕소금만 준비하면 되니까요. 중요한 것은 잘 묵혔다가, 추운 겨울날 뜨끈한 하얀 밥에 삭힌 갈치와 햇고춧가루, 청양고추와 마늘 송송, 참기름과 깨소금 솔솔 뿌려 버무려 먹으면...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군요.^^
더불어 밥이라는 주제를 가진 시들을 떠 올리고, 몇 편 읽다 보면, 어느새 어제까지의 시름이 덜어지고, 또 새 마음으로 우물이 차 오릅니다. 아직도 군산에는 폭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서, 스산한 기운을 남긴 비 손님이 야속한데도, 산새들의 떼 합창이 요란 한 걸 보면 오늘의 날씨는...이라는 멘트를 던져주는 듯하네요. 약간의 비 소식이 있지만, 따뜻한 차 한잔으로 찬 기온을 데우고, 좋은 사람 만나서 두 손을 데우는 오늘이길 바라봅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 <대숲 아래서>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대숲 아래서 –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서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 자국,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도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