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45

2025.9.10 이정록 <노루발>

by 박모니카

새벽의 여명을 가장 먼저 알리는 새가 큰 부리 까마귀라고 하네요. 오늘따라 유난히 소리가 커서 남편에게 물어보니, 세세한 설명과 함께, 텃새가 오기 전 숲 자리를 펴는 새라느니, 등의 설명이 이어지는군요. 저는 언뜻 기러기 소리인 줄 알고 ‘진짜 가을이 왔구나’ 싶었거든요. 기러기 같으면 소리 역시 지나갈 텐데 이상하다 해서 물어봤었답니다.^^


요즘은 같은 시간대, 평균 7시가 넘어 걷기를 해도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슬’입니다. 하긴 이삼일전 인가 ‘백로(白露)’였는데요, 이때부터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지요. 그토록 매운 홍고추 같은 더위는 어데 가고, 소리 없이 찾아와 세상의 기온을 낮추는 신묘한 절기들... 백로 오기 전에는 보이지도 않더니, 이제는 풀잎에 맺힌 이슬을 보면서 곧이어 선보일 서리도 생각나고요.


쌀 소비가 갈수록 낮아져서, 벼 수확 풍년 같은 것은 염두에도 없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가을 하면 황금벌판이 없고서는 자연의 섭리와 풍광을 말할 수 없는 법. 백로 전 내린 비와 바람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농작물에도 미쳤을 거예요. 어제도 군산 비 피해 현장, 갖가지 물건 더미가 가게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았어요. 수해현장 봉사활동 하는 지인 말씀 들으며 네 것 내 것 구별 말고, 나눔 해야지 라는 생각에까지 미쳤답니다.


어제 저녁에는 동양고전강의를 들었는데요, 학원 수업 중간중간 듣느라 놓치는 부분이 많아도, 강의가 재밌어서 참여하고 있어요. 진행하는 교수님의 설명도 좋고요, 무엇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맘으로, 강의 덕분에 책 한 페이지 더 읽는 시간이 좋아요. 어제는 6강, <명심보감(明心寶鑑)>편이었는데요, 말 그대로 ‘마음을 밝게 하고 착한 심성을 기르기 위해 성현들의 금언, 명구를 모아놓은 고전이지요. 아마도 ’ 천자문’ 이란 말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책이름이 아닌가 해요.


공자의 이야기인, <논어>를 중심으로, <맹자> <도덕경> <대학> <계몽> 등의 고전에서 중히 여기는 표현들이 집약되어 다시 만들어진 내용. 교수님 말씀으로는 <논어>를 국가대표라 한다면, <명심보감>은 상비군으로 이해하고, 필독할 것을 권고받았습니다. 저희 문우팀도 동양고전 필사 시리즈로, 조만간 <명심보감> 필사를 통해 수신제가하는 맘을 키워볼까 합니다. 어제 배운 표현 중 가장 쉬운 한자어로 된 거 하나 말해볼까요... 밤새 잊지 않고 있다니, 분명 쉬운 글자 맞나 봐요. ‘知人知面不知心(지인지면부지심) - 사람을 알고 그 얼굴은 알지만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 - 어때요 쉽죠??^^ 오늘은 이정록시인의 <노루발>이라는 시입니다. 어제 낭송가 지인께서 모노드라마 처럼 들려주셔서 귀에 번쩍했어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노루발 - 이정록


꿈꿨는데 말이여, 얼굴은

니가 분명한데 몸뚱이는 노루인겨.

근데 가만 살펴보니 발이 셋이여.

조심스럽게 노루에게 물어봤지.

큰애야, 뒷다리 하나는 어디다뒀냐?

그랬더니 머루눈을 반짝이며 울먹울먹 말하더라.

추석이라서 어머니께 드리려고 다리 하나푹 고았어

잠깨고 얼마나 울었는지, 운전 잘해라.

보다도 학교 앞 건널목 지날땐

소금쟁이가 풍금 건반 짚듯이

조심하고,또, 조심해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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