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47

2025.9.12 이정록 <어깨춤>

by 박모니카

‘시인의 특강‘은 보통 묵직하고 때론 경건하기까지 한데요, 어제 만난 시인의 말씀은 참으로 유쾌, 발랄, 심지어 통통 뛰어오르는 고소한 팝콘소리를 연상하게 했습니다. 나이가 비슷해서 인지 코믹한 언어에 공감코드가 발동하여, 얼마나 웃었는지... 시인의 심장 속 새 이름이 ’햐‘라고 하더니, 말씀하실 때마다, 독자도 역시 ’햐, 그 시인 참 재밌네 ‘ 소리가 놀람과 함께 절로 나왔습니다.

유명한 시 <의자>를 쓴 이정록 시인입니다. 특강 전, 로비에서 진행자와 잠깐 얘기했는데, 이번 시인은 개그맨 전유성이와 친하다는 뜻을 특강 때 알게 되었죠. 실제로 친하기도 하고, 시인이 안되었으면 개그맨으로 갈 정도의 위트와 재치의 언변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네요. 그동안 만난 시인들도 각자 개성 있는 모습으로 시를 쓰지만, 대중강연에서는 왠지 독자들도 시인의 시를 분석하는 태도로 일관하여, 너무 일방적 학교 교육현장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는데요, 그래도 시인이라 그렇지 하고 받아들이죠..., 그런데~~ 어제 강연은 시인의 새로운 동화집 <파도는 파도파도파도>의 중의적 표현이 가득한 시집처럼, 시인의 중의적, 함축적 표현들이 개그성과 함께 설명되어, ’ 진짜 좋은 시간이네’가 자연스레 흘러나왔지요.


하여튼 이정록 시인을 만나서 ‘시가 이렇게 재밌게 말로 되는구나’ 하는 점에 여러 번 감탄했네요. 충청도 사람인 그의 말투와 어우러진 에피소드, <원고지의 추억>, 군밤타령과 함께 읽힌 <알밤> 등을 함께 들었다면 참 재밌었을 텐데... 군산에 다시 모셔서 제가 말하는 이 재미를 함께 느끼도록 해야겠다 하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답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생명의 따뜻함, 힘없고 외로운 누군가를 향해 슬픔의 공감을 강하게 날리는 시 화살을 쏘는 시인, 아직도 상여, 머슴과 같은 시어를 쓰는 아마도,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한다고 말하는 시인, 시와 아이의 눈을 일치시키는 시인, 이정록 시인의 <어깨춤>을 들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어깨춤 - 이정록


친구 명관이는 나보다 세 살이 많았습니다. 가난이 원수지. 명관이는 초등학교 동창생

경숙이네 집에서 머슴살이를 했습니다. 갑자기 이웃집에 살게 된 명관이를 만나면 어디

에 눈길을 두어야 할지 마음이 졸아붙었습니다. 한 집에서 살던 경숙이와 명관이는 어땠을까요. 명관이는 교복 입은 애들이 사라질 때까지 들녘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중학교 이

학년 가을에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이배기 명관이도 상여를 멨습니다. 그런데 명

관이가 자꾸만 보폭을 놓쳐서 상여가 비틀거렸습니다. 길바닥에 핀 질경이 씨앗을 피해

서 겅중거렸기 때문입니다. 명관이 어머니는 질경이 씨앗을 훑어서 한약방에 내다 팔았

습니다. 다음 해엔 꼭 중학교 보내줄게. 철석처럼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상여 속 할머니

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명관이 덕분에 할머니가 조붓한 어깨를 들썩였습니다.

사진제공, 문우 박지현(무녀도 풍경)


이정록 시인의 대표시 <의자>도 들어보세요...

https://youtu.be/XCprPEzdQfc?si=iF6pVuFTKd1nOe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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