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48

2025.9.13 박성우 <잠>

by 박모니카

‘빛이 소리보다 빨라 ‘를 확인시키듯, 번쩍번쩍 다음엔 쿠르르 쿵 쿵을 쏘아대니, 저절로 잠이 깨지요. 강수량문자도 보고, 언제쯤 개이나, 혹시나 저지대에 또 물이 차지나 않은지,,, 며칠 전 군산 폭우 피해 현장이 생각나서, 오랫동안 창 밖만 바라보았습니다. 주말 아침이라, 호수 한 바퀴 돌며 비 오는 아침을 맞는 것도 좋겠다 싶었는데, 왠지 마음의 사치인양, 미안한 생각이 앞서서 비나 그치면 움직여 볼까 하지요.


일주일 내내 텃밭에도 못 가고, 배추 무 심을 시기도 놓치고요. 이제 혹시나 남은 열매 있으면 걷어다 고실고실하게 잘 말려서 유용하게 먹거리로 만들 일만 남았네요. 지금 내리는 비도 오전 중으로 멈춘다 하니,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각각 할 일이 있으니, 시간만 헛되지 않게 마음을 달래 가며 오늘을 그려볼까 합니다.


어제는 대학생들에게 영어동화교수법을 강의했어요. 글 쓰는 일이 좋고, 매일 누군가의 시를 읽는 일이 좋아서 이렇게 편지를 쓰지만, 그래도 제가 조금 잘하는 것, 먹고사는 수단이 ’ 영어교육’인 거 아시죠. 그중 영어동화책으로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 직업인 만큼, 어제 대학생들에게 제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것은 엄청 쉽고도 즐거운 일.


이 대학생들이 2달간 지역아동센터에서 영어동화책으로 어린이들과 인연을 맺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든요. 저는 교수법 워크숍 강사로 조금 도와주고, 프로그램 끝날 때까지 우리 대학생들의 어려운 점을 코칭하면 되고요. 제게 더 중요한 것은 제 딸보다 어린 대학생들이, 영어동화분야를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새로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죠. 혹시라도 지역에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일(특히 취업 관련..)이 있다면 무조건 나서야구요.


지금 학원생들의 구성이 초등생이 적어지다 보니, 예전처럼 동화책을 읽어줄 일은 줄었지만, 어린이들이 영어학습의 시작점에서 영어동화책으로 영어를 만난다면, 아주 큰 다양한 효과가 있습니다. 어제도 대학생들을 제 학생들처럼 생각하고 읽어주다 보니, 정말 예전 생각이 새록새록 솟아나서 참 정겨운 시간이었네요. 게다가 요즘은 유튜브로 안 나오는 것이 없고, 동화책의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함께 감상 하면서 풍부한 시청각자료 덕분에 수월하게 수업했어요... 오늘 낼은 영어동화책 3권 읽기에 도전... 저도 아이의 마음(동심)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 박성우 시인의 <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잠 – 박성우


새벽 다섯시를 넘겨서야

겨우 원고 넘기고, 눈을 붙인다


쾅쾅, 날이 훤헌디 여직 안 인났능가?

남안할매가 제사떡 봉다리주고가신다

비몽사몽 여섯시, 웬 백설기? 봉다리를

열어보던 나는 곧바로 떨어져 눕는다


쾅쾅쾅, 하이고 어쩐디야

하튼, 늘그먼 주거야혀!

한 삼십분이나 있다 다시 오신 남안할매는

빨랫비누 봉다리 가져가고

진짜 제사떡 봉다리 주고가신다


다시 쾅쾅, 여직 자는가 어쩌는가?

생전안오시던 종기양반이다

흠흠, 급헝게 근디, 한 오마넌 있능가?

아침 일곱시 조금 넘은 시간,

삼만원밖에 없어 삼만원을드린다

다시 쾅쾅쾅, 어이 쪼깐 문 좀 열어봐 잉!

아침 아홉시가 조금 못된 시간,

팽나무집 종기양반이 다시오셨다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지갑을

어찌어찌하여 찾았다며 웃으신다

하이고 미안혀서 워찍혀

미안허기는 뭐시 미안혀요,

꿔갔던 삼만원 돌려주고 가신다

누우면 깨우고 누우면 깨우고

누우면 깨우고 누우면 깨우고

했던 잠이 아예 나가,

붕 뜬 하루를 붕붕 떠서 보낸다

9.13 영어동화1.jpg

책방앞에 한송이로.. 이름도 성도 모를 꽃...어디서 날아와 뿌리를 내렸는지^^

9.13영어동화2.jpg

영어동화작가, 에릭칼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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