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91

2025.10.26 박목월 <장맛>

by 박모니카

화창한 가을날, 10월의 말랭이마을잔치도 잘 치렀습니다. 프로그램은 비슷하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이 달라서, 또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펼쳐지니, 늘 새로운 잔치 같습니다. 어제는 준비했던 재료가 소진될 정도로 사람들의 참여도가 높았고요, 모든 활동이 무료라는 사실에 방문객들이 오히려, 신기해할 정도였습니다. 군산의 재정상태가 매우 양호?? 하다는 뜻과는 무관한 듯 하지만, 어쨌든, 어제는 매회 소요되는 비용이 아깝지 않았을 거예요. 사적이 든 공적이든, 돈이란 아껴서 유익하게 써야 하는 법이니까요. 특히 저는 미술을 전공하는 모 대학생에게서 책방그림도 하나선물 받았거든요...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10월의 마지막 일요일이군요. 오늘의 할 일 중 하나, 올해 출간할 에세이 최종교정을 마무리하는 데요. 새 책으로 나오기 이전,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만나는 일은 늘 흥미롭지요. 상대방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동시에 첫 책을 내는 사람의 그 순수함과 떨림을 함께 공유하는 즐거움도 있고요. 마지막이니, 꼼꼼히 들여다보며 책 읽기의 재미를 잘 전달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어젯밤에도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잠시 참석했는데요, 저를 반기면서, 한 말씀하라 하길래, 그냥 시 한 줄로 마음을 대신하겠다고 했지요. 정현종시인의 <방문객> 일부를 들려드리면서, 인연이 맺게 되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대화 중에 어느 분께서는 ‘이별이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해서 물으시길래, 저는 친정아버지와의 이별 시, 김사인시인의 <공부>라는 시가 위로제가 되었다고 하니, 귀 기울여 들으시더군요.


어떤 질문에 대해, 답하기가 어려울 때, 특히 앞에 나서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부족할 때, 시를 인용하는 대화의 기법은 매우 자연스럽고, 유용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지인들 중, 시를 낭송하는 분들을 보면 확실히 시의 매력을 잘 발산하는 대화의 기술이 있습니다. 그냥 읽기보다는 한 줄이라도 암송해서 자기 언어화하는 시도도 공부의 과정으로 삼아야겠다 싶은데,,, 그 암기라는 것이 매우 어렵더군요. ^^ 하여튼 노력해 봐야죠!! 어제 아침 줌 수업에서 들은 박목월 시인의 <장맛>을 들어보실래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장맛 - 박목월

어둑한 얼굴로

어른들은 일만 하고

시무룩한 얼굴로

어린 것들은 자라지만

종일 햇볕 바른 양지쪽에

장독대만 환했다.

진정 즐거울 것도 없는

구질구질한 살림

진정 고무신짝을 끌며

지루한 하루하루를 어린 것들은

보내지만

종일 장독대에는

햇볕만 환했다.

누구는 재미가 나서 사는 건가

누구는 낙을 바라고 사는 건가

살다 보니 사는 거지

그렁저렁 사는 거지

그런 대로 해마다 장맛은

꿀보다 달다.

누가 알 건데,

그렁저렁 사는 대로 살 맛도 씀씀하고,

그렁저렁 사는 대로 아이들도 쓸모 있고

종일 햇볕 바른 장독대에

장맛은 꿀보다 달다.

10.26말랭이잔치1.jpg 말랭이 벽화에 붙여진 어머님들 시 작품. 방문객들이 참 잘했다고, 칭찬하는 골목길...
10.26말랭이잔치3.jpg 예쁜 서울 청년들의 시화판넬참여...감나무집 책방 선물도 받았어요
10.26말랭이잔치2.jpg 초등4학년, 자작시와 그림... 재능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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