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5 임보 <시월>
‘학교마당에 태(탯줄)를 묻은 곳이라 그런지 학교가 폐교되어서 풀만 우거진 것이 속상하더라. 그러고봉께, 네 태도 거기 묻혔다. 거기서 낫응께.’
친정엄마께서 고향 섬에 있는 초등학교 폐교애기를 하시다가 말씀하셨습니다.
‘대구에 오니 제 태가 묻힌 곳이라 그런지, 더 정감있고 마음이 편안합니다’
대통령이 말씀하시더군요.
어제 우연히도 두 사람에게서 태(탯줄)에 대한 얘기를 들었네요. 저도 처음으로 저의 태에 관한 사실을 들었구요. 아마도 친정엄마가 여러번 말씀하셨을테지만, 어제처럼, 귀 깊게까지 들려온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아픈 지인을 병문안 갔는데, 그 분의 흰 손발을 보면서 문득 애기손 같아서, 그래서 태에 대한 생각에까지 이르렀나 봅니다.
살아있는 모든 동물생명체에게는 ‘귀소본능’이 있는 것 같아요. 태초에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서 생명을 마무리하려는 강력한 본능...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제비나 연어, 말 등이 대표적으로 귀소본능이 강한 동물들이지요. 최근에는 뒷부리도요새를 보고 새의 특징을 검색을 하다가, 이 새도 1만km 이상을 날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본능을 가진 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 역시 돌아갈 곳을 알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인생의 마지막 단계쯤에선 생각할 수 있는 일. 유년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만남에는 그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젊었던 부모님 들과 형제들, 개구쟁이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했던 시절이 있어서라고 말하는 남편의 말...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귀소본능은 늘 작동하고 있었던 게지요.
시간이 있을 때, 아니 시간을 내어서라도, 점점 작은 삶, 적은 삶을 살도록, 그래서 소풍놀이 다 끝내고 돌아갈 때 가볍게 하지만 힘차게 돌아가야지 하는 이름 모를 다짐이 생기는 새벽이네요. 잠시 후 7시에는 근대시인 박목월에 대한 줌 시강이 있는데요. 오늘 말랭이 골목잔치 행사에 쓰일 가을 동시하나를 찾다가 보니, 그의 시 <가을이래요>도 있어서 읽어보았습니다. 오다가다, 파전과 시원 달콤한 단호박식혜가 생각나시고, 혹시라도 저도 보고 싶으시면 놀러 오세요...^^ 임보시인의 <시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시월 – 임보
모든
돌아가는 것들의
눈물을
감추기 위해
산은
너무 고운
빛깔로
닻을 내리고
모든 남아있는 것들의
발성을 위해
나는
깊고 푸른
허공에
화살을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