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4 정호승 <가을폭포>
하룻만에 이사모드로 바꿔진 제 시간들. 한 30여년 쯤 되었을까... 직장의 한 동료가 말하길, ‘박선생은 무슨 생각을 하면 결론이 바로 나오고 바로 움직이니, 신기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아마 그때도 그랬나봐요. 집을 빼달라는 주인의 통보에 순간 화는 났지만, 동시에 작동했던 제 생각은 ‘잘되었는지도 몰라. 발등에 불 떨어져야 따끔한 줄 아는 이 게으름을 잘도 알아봤고만. 한 두달 후 이사하는 것보다, 하루라도 덜 추울 때 하는 게 맞지.’
바로, 이삿짐센터 사장에게 전화하고, 편안하게 살 집은 아닐지라도, 세간살이가 들어갈 공간하나 있으니, 일단 버릴 것들을 챙기기 시작했지요. 퇴근 후 들어와서 꼼지락 꼼지락, 3시간정도 움직였더니, 아마도 종종걸음 1만보가 저절로 되었지 싶어요. 덕분에 별의 별 물건들, 자료들을 읽어보게 되었네요. 밤 사이, 이불, 벼개, 옷들이 실려나가고(10년도 더 되었을 물건들), 오늘 아침 이삿짐 견적보러 온다는 사람 눈에 물건 한 개라도 덜 보이도록 정리를 했답니다.
어제는 김행숙 시인의 <눈과 눈>이라는 시 한편을 읽었었는데, ‘감추는 눈‘을 바라보는 ’열린 제 눈’이 어찌나 미운지,, 계속 정리할 것만 보여서 손가락이 마비될 정도인데도, 아침에 이렇게 또 눈이 떠지는 것은 고마운 일.... 좀 더 자라고 하면서도 부스스 일어나는 제게 커피한잔 먹고 편지쓰라고 손을 건네는 남편의 눈도 고마운 일.
하여튼 일사천리의 마음으로 할 것은 빨리 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집주인에게 원망을 보낼 시간에 얼른 새로운 보금자리를 꿈꾸는 것이 마땅히 유익한 일이니까요. 단, 며칠이라고 깔끔해지고 있는 집에서 살다 가는 행운이 오는구나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오늘이 금요일, 내일은 말랭이 10월 골목잔치. 항상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손님 맞이 활동준비물 준비도 해야하고, 동시뽑기 막대기를 위한 동시도 선별해야 하고요. 자잘한 일이라도, 제 시간을 요하는 것들이 산적해 있군요. 이 모든 것들을 다 해결해 주는 마법의 신, 바로 ‘시간과 제 마음’뿐입니다. 둘 다 잘 활용하면, 제 삶이 행복해지는 일... 정호승시인의 <가을폭포>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폭포 – 정호승
술을 마셨으면 이제 잔을 놓고 가을폭포로 가라
가을폭포는 낙엽이 질 때마다 점점 더 깊은
산 속으로 걸어 들어가 외로운 산새의 주검 곁에
누워 한 점 첫눈이 되기를 기다리나니
술이 취했으면 이제 잔을 놓고 일어나 가을폭포로
가라 우리의 가슴속에서 흐르던 맑은 물소리는
어느덧 끊어지고 삿대질을 하며 서로의 인생을
욕하는 소리만 어지럽게 흘러가 마음이 가난한
물고기 한 마리 폭포의 물줄기를 박차고
튀어나와 푸른 하늘 위에 퍼덕이나니
술이 취했으면 이제 잔을 놓고 가을폭포로 가서
몸을 던져라
곧은 폭포의 물줄기도 가늘게 굽었다 휘어진다
휘어져 굽은 폭포가 더 아름다운 밤
초승달도 가을폭포에 걸리었다.
장항 솔밭 길 따라 펼쳐진 평화로운 풍경... 보고 온 후 제 맘도 100배의 평화...